한 시대의 풍류와 멋을 알고 즐길 줄 아는 한 서생(書生)이 옛날옛적에 이름 모를 저서에서 말하기를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피어나는 파스텔빛의 봄산은 청초하고 때묻지 않고 수줍어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어린소녀와 같고, 초록치마로 갈아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시원하고 청량한 여름산은 푸르다 못해 영롱한 맑은 청록색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있는 때묻지 않은 산처녀와 같다”고 했다.
 또 “온 천지가 울긋불긋 불붙은 것 같은 화사한 오색단풍잎의 가을산은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깨끗하여 외출을 앞둔 성숙한 팔방미인(八方美人)이 한껏 화장을 한 것과 같고, 모든 망상을 털어 버리고 빈손 빈몸으로 사바세계(娑婆世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좌정하고 앉아있는 듯한 겨울산은 번뇌의 기나긴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어둠의 적막속에서 스님이 화두를 놓지않고 용맹 정진 삼매경(三昧境)에 빠져버린 듯하다.사시사철 한결같지 않게 보여주고 있는 그 모습이 더더욱 고맙고 신선하게 보이는구나”라고 말했다.
 옛 풍객의 손자뻘이라 할 수 있는 둔필이 용기백배하여 다시 이를 흉내내고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본다면, 봄산은 맑은 하늘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뭉개 구름처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신선이 안개와 저녁노을 속에서 해맑게 비쳐지는 것 같으며, 여름산은 곱게 단장한 어느 절세미인(絶世美人)이 의복과 용모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치장한 것과 같고, 가을산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노화가가 울긋불긋한 색을 어지러이 손길가는대로 붓질을 해놓은 추상화인 듯하며, 산의 백미(白眉)인 겨울산은 중생의 해탈을 위해 입정(入定)에 드신 노스님이 맨 어깨를 드러낸 상태로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고 장주지몽(莊周之夢)의 상태에서 앉아계신 것 같기도 하여 저절로 숙연해지며 합장하고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춘하추동 사시사철 한결같지 않은 것이 어찌 산 뿐만이랴, 구름 또한 그러리라. 그리고 수를 세자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 형만한 아우도 없다고 하는데, 이 정도하면 손자뻘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안되면 고손자뻘이야 되겠지… 각설하고… 요즘 세상사 돌아가는 일이 하도 어수선하고 착잡하여 좀처럼 웃을 일은 거의 없고 양미간(兩眉間)에 내천(川)자 그릴 일만 있어 힘없고 빽없는 민초들이 살아가기가 참으로 고단하구나.
 우리 모두 목놓고 하하하하… 웃을일 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제일 좋은 넓다란 누각에 올라 말이 통하는 과객(過客)들과 인생사를 논하고 술잔을 나누며,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맞이할 날은 그 언제인고… /대전국세청 법무과장 홍 순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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