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2일에 자행된 국회의 탄핵소추안의결은 사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의결과정 자체도 극히 쿠데타적이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부산정치파동처럼, 여당이 날치기를 위하여 폭력집단이나 경찰을 동원한 예는 있었어도, 야당이 국회의 경위들을 동원하여 여당의원들을 끌어내고 야당만이 투표하도록 한 예는 들어보지 못했거니와, 소수여당과 거대야당이라는 정치적 구도 속에서나 가능했던 비극이었다. 현재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을 남겨놓고 있어서 의회쿠데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탄핵소추안에서는 탄핵사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권력형 부정부패, 그리고 국정파탄 등 세 가지를 들고 있지만, 이 사유들은 법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을 보면, 제시된 탄핵사유는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의 지위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3권분립체제 하에서, 국회의 다수당과 대통령의 당적이 일치할 때 국정의 수행이 보다 용이함은 당연한 이치이고,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밝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대통령과 일반 공무원은 그 신분상의 지위가 다르다. 정치적 중립을 요하는 공무원은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되지만, 대통령은 임기 5년이다. 그 임기 동안 대통령은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를 판단하고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는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다. 이를 탄핵사유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항목은 측근비리 등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들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야당은 자승자박의 주장을 하고 있다. 소추안에서도 야당 중의 하나인 한나라당의 경우 823억원의 불법선거자금을 수수하였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된 자에게는 하야를 강요하면서, 같이 범죄를 범했으니 동반퇴진하자는 정도의 주장도 하고 있지 않다. 탄핵이라는 것은 국가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지 사적 집단이나 정파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는 결코 아니다. 또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았고, 직무집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대통령취임 이전의 사안이므로 탄핵사유로 하기는 곤란하다.
 셋째 항목의 국정파탄이라는 문제는 파탄여부에 관한 판단의 객관성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및 그 집행의 문제로서 정치적 책임을 질 사안이지 법적 책임을 질 사안은 아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후 찬성파 의원 중 한사람이 갑신정변이라 불러달라는 요청을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참으로 가당찮은 언급이었다. 굳이 120년 전의 갑신정변과 이번 사태를 비교한다면, 역갑신정변이라 함이 적절하다. 120년 전의 갑신정변이 수구파에 대한 개화파의 봉기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개혁세력에 대한 수구세력의 봉기이다. 20세기 100년의 고통과 치욕의 역사를 다시 거슬러 하나하나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는 그 결과에 따라 120년 전에 실패한 개혁의 계기를 다시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탄핵안의 가결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진로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 다수국민들의 뜻에 맞게 탄핵부결이라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다수의 국민들은 헌법재판소를 신뢰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입헌정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엄청난 부담이 9인의 헌법재판관들에 지워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너무도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슬기로운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 헌 환 서원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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