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합니다.내가 죽으면 애꿎은 이웃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내린 폭설로 생활의 터전인 2천여평의 시설하우스가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져 내린 한 시설농민의 넋두리다.
 “지금 당장은 무너진 시설하우스를 철거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멈출 것만 같습니다”
 그는 “지난 98년 수해때 부서진 시설하우스 복구를 위해 대출받은 은행빚이 아직도 수천만원이나 남았다”며 “정부 보조금은 복구에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달리 방법도 없어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죽는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내가 죽으면 주위 분들이 자신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어 죽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금 농촌은 서로 맞보증을 서고 은행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한명이 쓰러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농촌 실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농촌의 붕괴는 단지 시간 문제로 늦고 빠를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땜방식 처방이 아닌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농민들도 농어촌구조개선사업비 등 각종 정부 지원금을 농업 경쟁력 증대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것을 정부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감사원이 지난 92년부터 투입된 72조원 규모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대해 전면감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서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데도 불구하고 농촌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명백하게 밝혀내 똑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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