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선거철이 되면 ‘핫바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지역감정을 극도로 자극하던 말로, 이를 사용해 정치적 이득을 본 정파가 적지 않았다. 경상도와 충청도 출신 모 정치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말을 입에 담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핫바지,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까. 언뜻 생각해도 이는 ‘바지는 바지인데 핫바지’라는 뜻이다. 전통복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접두어 ‘핫’은 바지에만 오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각종 의류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핫바지 외에 ‘핫저고리’, ‘핫두루마기’, ‘핫이불’, ‘핫퉁이’ 등의 단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전은 핫저고리와 핫두루마기에 대해 ‘솜을 넣은 저고리와 두루마기’라고 쓰고 있다.
 이밖에 핫이불에 대해서도 역시 ‘솜을 둔 이불’, 핫퉁이에 대해서는 ‘솜을 많이 두어 퉁퉁한 옷’이라고 쓰고 있다. 바로 순우리말 ‘핫’은 솜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핫바지는 ‘겹바지’ 중에서도 ‘솜은 넣은 겹바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제는 ‘핫’이 접두어로 오는 말중 왜 ‘핫바지’가 비하적인 표현을 쓰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핫바지의 모양세를 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바지는 솜을 많이 넣기 때문에 보온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옷맵시는 마치 소덥석을 두른 것과 같이 형편이 없다. 실제 이 바지를 입고 걸으면 따스하기는 하다. 그러나 걸음걸이가 여간 불편하지 않고 맵시도 나지 않는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과거 도시 사람들이 시골 사람을 가리켜 ‘핫바지’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여기에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나 무식하고 어리석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순우리말 ‘핫’이 ‘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핫어미, 핫어비 할 때도 ‘핫’ 자가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핫’은 홑어미, 홑아비(홀아비)의 반대되는 뜻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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