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계절 4월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열고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며 가벼운 농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만우절이 있는 달이다.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하는 차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직원들에게 무슨 말을 하여 재미있게 할까.
 감쪽같이 속아 폭소를 자아낼 직원들을 생각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고민을 하며 차를 몰았다.
 우리가 초등학교때인 70년대에 만우절이 성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하루만큼은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벼운 농담으로 시침을 떼고 감쪽같이 속여 상대방이 당황하며 놀라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깔깔 대기도 했다.
 남에게 속임을 당했거나 남을 속여 보는 그 애교스런 모습이 오히려 각박한 세상에서 모처럼 실컷 웃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친구와 이웃간에 마음을 트는 기회가 되었다. 오늘날은 만우절이 무색할 만큼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는 세상이고 보면 1년에 하루를 만우절로 보내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세상,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내가 믿는 종교도 양심도, 교육도 다 헌신짝처럼 벗어버리는 황폐한 세상이 되었다.
 어디까지가 참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잘도 어우러져 종잡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먼저 바꾸어야겠다. 남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참 말을 듣기가 꿈 속에서 떡 얻어먹기보다 어려운 세상이다. 이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에는 만우절의 의미조차 시들해지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모두가 한번쯤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나 어릴적 할아버지가 약속하시던 거짓말에 마음 놓고 투정하던 정감있는 만우절이 새삼 그립다.
 아이들처럼 수정같이 맑고 초롱초롱한 눈에는 세상의 사악한 모든 거짓말을 지우고 꿈과 희망이 어우러진 밝은 세상만 보여 주고 싶다.
 그 귀에는 바르고 고운 거짓말만 들려 주고 싶다. 그 입으로는 정의롭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말만 하도록 하고, 그 행동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울 줄 아는 씩씩한 역군이 되었으면 한다.
 힘들어도 고민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이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아이로, 어둠에 촛불을 밝히는 적극적인 아이로 기르고 싶다.
 올바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세상에는 부정보다 긍정이, 분열보다 화합이, 불의보다 정의가 살아서 서로 돕고 사랑하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을 마음속으로 염원해 본다.
 저 맑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세상에는 부질없는 탐욕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고, 지도자의 탈만 쓰고 온갖 거짓말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치관이 전도된 작금의 시대에 만우절의 풍자가 되살아 나길 기대해 본다.
 / 수필가·도여성발전세터 김 정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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