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꿈자리에 아버님이 자꾸 보인다며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자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북어포랑, 평소 좋아하시던 막걸리를 사고, 무슨 소풍이라도 나서는 것처럼 들뜨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청안에 있는 아버님 묘소에 도착해 보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봄빛을 물고 있는 훈훈한 바람속에,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잊고 지냈던 아버님의 숨결이 따스하게 다가오고, 산으로 오르는 내 아이들의 발걸음을 반기시는 아버님의 손짓처럼 길옆의 하얀 싸리꽃들이 하늘거린다.
 이제는 제법 의젓하게 잔을 따라 올리는 막내 아들과 제비꽃을 닮은 내 딸아이가 꼽아놓은 할미꽃 한송이가 아버님의 산소를 아주 예쁘게 단장을 해놓고 보니,아주 좋은 그림물감을 섞어서 그려진 그 어떤 풍경화 보다, 더 값지고, 훌륭한 한장의 그림으로 완성된듯 싶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맘속에는 처음에 시집와서 뵈었던 아버님의 모습이 가슴을 열고 다가오기에 슬며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늘을 눈에 담는 내 눈속에 하얀 구름대신 몇방울의 비가 내린다.
 워낙에 강인하시고,표현이 없으신 분이라서,처음에는 무척 어렵기만 하던 신혼시절의 나였는데,그때도 봄빛이 무척이나 따스하던 이맘때 쯤이 아닌가 싶다.아버님 께서 연락도 없이 우리집에 오셨다.
 “아가야 내가 요 앞에 경로당에 놀러 왔는데.막걸리 있으면 좀 가지고 오련?”
 너무 좋아서 아님 너무 들떠서 슈퍼에서 막걸리를 두병 사고, 안 주를 마련해서 경로당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여러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떨리는 마음에 그만 따르던 막걸리를 쏟고, 급히 마련하느라 짜고 매워진 안주를 드시면서도 아주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우리 셋째 며느리라며 자랑하시던 모습이 내 마음을 적시어 취하게 한다.
 지금 내 아이들과 남편은 나들이를 떠나는 아버님의 모습을 단장하는 것처럼 진달래 개나리 싸리꽃들을 꺾어들고 산소를 꽃단장 하느라 분주하게 뛰어 다닌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에는 아버님께 올리는 막걸리 한잔에 아버님의 그리운 추억과 사랑과, 그리고 어김없이 욕심처럼 바라는 나의 소원을 얹어서 두손에 쥐어 드린다.
 아버님의 아들과 손자 손녀들을 그저 잘 보살펴 주시고,좋은일만 가득하게 해 주실꺼죠?
 아버님! 응석 부리듯이 그렇게 못다한 아버님의 사랑을 받고 싶은 나의 마음을 다 받아 주시는 것처럼 아버님은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웃음으로 화답하신다.
 / 시인 이 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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