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총선이 큰 불상사 없이 막을 내렸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됐든, 안됐든 이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다. 그리고 평상으로 돌아가 맡은 일에 전념을 해야겠다.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유명세를 탄 말이 있다. 바로 ‘엄살’이다. 선거 막바지가 되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상대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말을 서로 집중적으로 흘렸다. 그러자 언론들은 “엄살론”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열린 우리당이 엄살을 떤 것으로 드러났다.
 엄살, 어디서 온 말일까. 순우리말 같기도 하고 앞말 ‘엄’은 한자같기도 하다. 정답을 미리 말하면 ‘엄살’은 순우리말이다. 한자가 하나도 섞이지 않다. 그러나 어원의 힌트를 잡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럴 때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비슷한 표현인 ‘앙살’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전은 ‘앙살’에 대해 “엄살을 부리며 반항하는 짓”이라고 적고 있다. 사전의 이같은 설명은 ‘엄살’도 어떤 몸짓과 관련돼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국어학자들은 오늘 문제의 정답으로 ‘온살’을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살’은 ‘뼈와 살’ 할 때 그런 ‘살’(肉)을 말한다. 반면 순우리말 ‘온’은 잘 살펴보면 두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숫자적인 의미로 쓰이면 ‘일백(百)의 뜻을 지니게 된다. 중세에는 ‘백’은 ‘온’, ‘천’은 ‘즈믄’, 그리고 ‘만’은 ‘거믄’, ‘억’은 ‘잘’로 불렀다. 그러나 접두로어 사용되면 ‘전부’ ‘모두’의 뜻을 지니고 있다. ‘온세상’ ‘온집안’ ‘온나라’ 등에서 이같은 예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온살’ 할 때의 ‘온’도 여기에 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몸이 조금만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온살’은 ‘몸이 조금 아픈데 온살이 아프다’고 과장을 하는 행동을 말한다. 학자들은 이 ‘온살’이 빠르게 발음되면서 ‘엄살’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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