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출병, 즉 전장에 나가려면 임금에게 꼭 글을 올렸다. 다른 글과 달리 비장함이 실려있어 ‘출사표’라고 한다. 역사상 가장 빼어난 출사표는 제갈량이 촉왕에게 올린 것이 꼽고 있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뜻이 많이 변해, 전쟁보다는 스포츠나 정치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령 ‘OOO 정당의 총선 출사표’ ‘국가대표 축구팀이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정도가 된다.
 익히 알다시피 ‘출사표’라는 표현은 한자에서 온 말로 ‘날출’(出), ‘스승사’(師), ‘겉표’(表) 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좀 당황스런 면이 있다. 앞서 ‘출병을 할 때 출사표를 쓴다’고 밝혔는데, 어디에도 병사를 뜻하는 글자가 없다. 대신 우리가 잘 아는 ‘스승사’ 자가 들어와 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역시 초기 한자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師’ 자는 처음에는 ‘스승’이 아닌, ‘군사’를 의미했다. 갑골문을 보면 이 한자는 ‘언덕’과 ‘깃발’로 이뤄져 있다. 왼쪽이 언덕을, 그리고 ‘수건 건’(巾) 지 비슷한 것이 깃발을 나타내고 있다. 즉 이 글자는 군사들이 언덕 아래에 진을 친 모습이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가면 ‘사단’이라는 단어을 생각하면 된다. ‘師’ 자를 써, ‘師團’으로 적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당시의 사단 편제는 대략 2천50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문자환경을 지닌 한자로 ‘여단’이 있다. 한자로는 ‘旅團’으로 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旅’ 자를 ‘나그네’ 뜻만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역시 처음에는 군사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작아 ‘사단’ 밑의 편제인 ‘여단’에 사용되고 있다.
 앞서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바른 표현은 아니다. 출사표는 임금 등 윗사람에게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던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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