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사촌동생부부가 온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늦은 전화를 받고 저녁준비를 하였다.
 준비라야 있는 재료에 있는 반찬이 전부지만 그나마 재료조차 변변치 않아서 아무리 공을들여도 공들인 흔적은 커녕 어쩐지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어이 작년가을에 보내온 깻잎에 무말랭이까지 꺼내 놓고 말았다.
 서울토박이라 입맛이 어떨까싶어 걱정을 하였더니 의외로 깻잎과 무말랭이를 더 맛나게 먹으며
 “어쩜, 이렇게 투명할까”
 “어쩜, 무가 이렇게 쫄깃할까”
 서울의 깻잎은 덜 익은걸 따서그런지투명하지도 않고 또 검다고하면서 연신 불빛에 깻잎을 비춰가며 먹는 것을 보니 잘 익은 깻잎이 잘 익은 마음으로 생각되어 나도 따라서 해보았다.
 걱정하면서 준비한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는 동안 고모는 사위에게 일었던 불편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곧 마흔을 바라보는 사람이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그것도모자라 귀고리에다 운동복 같은걸 입고 다니니 동네에선 시집 잘 갔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꼬락서니가 저러니 자랑은 커녕 아는 사람 만날까봐 걱정이라고 잔뜩 못마땅해 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몇 십 만원 한다는 티는 장날 좌판에서 맘대로 골라 입었을 것 같이 후줄근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퍼뜩 눈에 띌 정도로 빨간 머리는 그런대로 봐줄 만하겠지만 그 귀에 걸린 고리는 영 코뚜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는 걸 보면 귀고리가 그만 고모의 심사를 뒤틀어 놓은 것이라라.
 하지만 동생은 그 말에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나 또한 큰 맘 먹고도 쉽사리 사 입을 수 없는 가격과 맘먹지 않고도 사 입을 수 있는 거리가 느껴져 멀뚱히 바라보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귀고리를 하거나 머리를 물들이는 일이 뭐 그리 걱정할 일이겠나. 내가 누리는 자유가 남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안에 잠재되어있던 것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면그만인 것을… 다만 염려하는 것은 내가 누리는 자유가 남을 불편하게 하고도 “남이야…” 쯤으로 여기는 배려없는 마음이 싹틀까봐서다.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이 받을줄도 안다고 한다.
 주말마다 길나서는 그들에게 잘 익은 깻잎같이 잘 익은 마음이 열리길 바란다. / 연극인 이 경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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