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가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 볍씨’ 유적지를 공장터로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원군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소유자인 토지공사기 소로리 유적지인 옥산면 남촌리 일대 3만여평 부지를 한 제조업체에 공장터로 팔기로 하고 계약을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익히 알다시피 소로리 볍씨는 탄소연대 측정결과 1만3천년전의 연대가 나온 볍씨로, 현존 세계 최고(最古)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지명 ‘소로리’는 이 볍씨가 나온 출토지이다. 뿐만 아니라 청원군은 이같은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4억여원의 예산으로 ‘소로리 볍씨 사이버 박물관’을 개설했다.
따라서 출토지가 없어질 경우 소로리 볍씨는 ‘본적이 사라진 문화재’, 그리고 소로리 사이버 박물관은 ‘뿌리가 없는 박물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소로리 볍씨 출토지를 왜 기념물이나 사적지 등 문화재의 하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문화재인들 사이에 “혹시 문화재청이 소로리 출토지를 ‘2차적 문화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고학상 소로리 볍씨가 ‘1차적 문화재’(혹은 직접 문화재)라면, 이것이 출토된 소로리 일대는 ‘2차적 문화재’(간접 문화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전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나 우포 등 자연늪지가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 경우 ‘1차적 문화재’는 땅이 아닌 당시 살았던 공룡이나 식생물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법학에서는 ‘포괄적 개념’을 자주 거론한다. 이는 관련 개념을 광의적으로 해석, 그 적용 범위를 확장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부터 문화재도 포괄적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재 지정 사유를 완하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로리 볍씨의 경우 물론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물증은 볍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볍씨를 감싸고 있던 토탄층이 ‘보통의 흙’처럼 다뤄져서는 안된다.
왜냐면 당시의 기후, 동식물, 농경 여부 등 당시의 고고학적 힌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벼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마지막 빙하기 기후와 식생을 연구하는데 암호적인 힌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가 100% 끝난 것이 아님을 가정하면 당시 ‘인류의 행위’ 흔적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떠나 ‘1만3천년전의 문화층’이라는 것 하나 만으로도 소로리 볍씨 출토지는 보존돼야 한다.
7일 충북도에서는 문화재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를 도기념물 지정할지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종전과 다른 모습이 되고 있다. ‘포괄적 문화재 개념’이 처음 다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수용될 경우 문화재위원들은 중요한 문화재적인 판례 하나를 남기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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