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속으로 사라진 형제

날벼락 처럼 들이닥친 화재로 장성한 아들 2명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오기석씨(50)부부는 화염으로 다타버려 잿더미만 남아있는 형체도 없는 집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19일 새벽 0시 10분쯤 청주시 내덕동 비닐하우스형 가건물인 오씨의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오씨의 아들 오경원씨(24)와 오경진군(19)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말았다.

숨진 형제가 안치된 병원 영안실.

숨진 형제의 친구들 30여명이 뜬 눈으로 밤을 새며 저 세상으로 간 친구의 옆을 지켜주고 있었다.

오씨 부부에게 숨진 경원씨(청주대 정치외교학과 4)는 학군단으로 평생 농삿일 밖에 모르는 부모와 함께 농삿일을 도와가며 줄곧 군장학생으로 등록금 걱정을 덜게 했던 효성스런 장남이었다.

또 경진씨(충청대 스포츠 외교학과)는 유도, 태권도 등 못하는 운동이 없었던 황소같은 덩치에 착하기만 했던 막내 아들이었다.

이날 오후 청주대에서는 숨진 오경원씨의 분향소를 마련해 학우들에게 모금 운동을 벌였으며 충청대에서도 학우들, 교수 등이 모금운동을 벌여 5백여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하는 등 친구들과 이웃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리없이 들이닥친 화재로 효성 지극했던 장성한 두 아들을 화염 속으로 보낸 오씨 부부는 『가슴 속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아 숨을 조인다』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오씨는 『막내 아들녀석이 그날 밤 엄마 생일이라면서 용역회사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로 벌어온 3만원으로 제 엄마 옷을 사와 우리 부부가 흐뭇해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효도가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며 두아들의 죽음을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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