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들이 요란하게 떠들던 가정의 달 5월도 이제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5월이 가고 나면 또다시 무관심 속에 결손가정의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외롭고 힘든 생활은 계속 될 것이다.
 나 역시 헐벗고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준 일도 없을뿐더러 양로원에서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다만 ‘불효자’ 소리가 듣기 싫어서일까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린 것밖에는….
 어제 야근을 한 터라 단잠을 자고 나온 내 귀에 집 앞 초등학교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는 종달새 노래만큼이나 듣기 좋았다. 수업이 시작되었는지 떠드는 소리가 잦아들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던 환청이 나를 괴롭힌다.
 두 달여 전의 일이다. 그 날은 영농철 빈 집 털이 및 농?축산물 도난사건 예방차원에서 순찰 근무를 수행하던 중 ××유원지 부근에서 배회중이던 열 살 남짓한 어린이 3명을 만났다. 차림새도 남루하고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가출 소년들이 아니면 비행소년으로 판단되었다. 잘 설득해서 집으로 돌려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길 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소년이 있었다. 분명 같은 일행으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순찰차를 발견한 소년은 오토바이를 돌려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동료와 함께 뒤쫓아가 검문 검색한 결과 어린이들이 소지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모회사 상품권 4매, 핸드폰 두개, 약간의 현금 등이 나왔다.
 그들은 모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결손가정의 어린이들이었다. 세 명은 망을 보고 나머지 한 명은 물건을 훔치는 분담을 맡아 그 동안 인근 농가를 돌아다니며 오토바이와 주차돼있는 차량의 문을 열고 차안에 있던 현금과 물건들을 훔쳤다고 모든 것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들은 며칠이나 야외에서 잠을 자며 세수를 안 했는지 초췌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배가 고파 하는 것 같아 아이들이 훔친 돈으로 산 듯한 과자를 먹으라고 해도 아이들은 그 중 덩치 큰 아이의 눈치만 살핀다. 사회의 무관심과 부모들의 냉대 속에 버려진 아이들의 말로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해졌다.
 흔히 경찰관은 눈물도 인정도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어린이들에게도 어른들과 똑같은 잣대로만 재어야만 했다. 인정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었겠는가.
 나에게도 그보다 어린 아들이 있는데….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게 아닌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더 오염되기 전에 흘러드는 오폐수를 차단하는 일을 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다만 그 어린이들이 사회에 다시 나올 때에는 가족들과 단란하게 보내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하고 푸른 창공에 빌어본다. / 청주 서부경찰서 남부지구대 장 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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