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남북한관계의 장래는 불안한 분단현상 유지도 아니고 급격하고 충격적인 현상 타파도 아니다. 실질적 관계개선을 통한 협력적 남북 공존양식의 안정화가 바로 우리의 목표이다.
도대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무엇이며 또 그것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압축해서 표현한다면 그것은 착실하고 예측가능하며 반전(反轉)없는 화해 및 교류협력과정의 지속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요건은 북한의 변화와 그것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국제적 압력, 그리고 남한 내부의 성숙하고 단합된 대응이다.
따라서 전혀 새로운 발상에 따른 햇볕정책이 표방했던 목표가 바로 북한의 변화 유도를 통한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이었기 때문에 그 정책추진의 성과에 대한 대외의 기대가 컸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두말할 필요없이 이 새로운 시도가 거둔 성과는 일반 주목할만한 데가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 돌파구가 열리고 활발한 민간접촉교류와 함께 당국간 대화의 채널과 빈도가 대폭 늘어난 것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후 두드러진 변화였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그러한 화려한 실적의 축적과 함께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적 논란과 갈등 또한 전에없이 증폭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적 이견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해묵은 이념적 감정적 대립은 이성적 토론을 통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 ‘북한 혐오’와 ‘북한 동정’의 감정적 대립이며 그 바탕에 깔려있는 안보윤리와 사회변화윤리의 해묵은 갈등이다.
북핵위기라는 최대의 안보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대북문제에서 어느때보다도 국민적 합의와 단합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좌우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제 국가적 명운이 걸린 중대문제를 둘러싸고 증폭되고 있는 남남갈등 해결을 위한 출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혹자는 좌우간의 타협과 공생의 지혜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용이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안보대 진보라는 거대한 이념세력간의 관계에서 어려운 해결을 구하기 보다는 수준을 좌우 정당 각기의 내부관계로 낮추어 해결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여야 정당 안에서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강ㆍ온파간의 논쟁을 개방하고 양성화해서 여야 정당 안에서부터 대북문제에 관련된 기존 자세에 대한 반성과 재검토의 바람이 일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좌우세력 각기의 획일적 대북사고를 깨는 첫걸음이 된다면 진보-친북, 보수-반북의 양극적 대립구도 와해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 대북 문제에서 비롯된 남남갈등은 국가적 위기의 위험수위에까지 육박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적 계기는 대북인식에서 뚜렷이 대립되는 좌우의 경직된 집단사고의 멍에를 벗어던지기 위한 진지한 자기반성, 자기교정에서만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바로 이러한 노력은 정치적 객기나 감정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북 정책추진의 새로운 기풍조성에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전환적 계기가 없는이상 남북화해협력의 화려한 외령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를 동반한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 김 덕 (前 통일부총리ㆍ前 안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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