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PR 시대에 겸손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을 남에게 알리고 나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만 복잡한 사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여기에는 자기에 대한 자신감과 적극성이 필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언어이다. 즉 자신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에서도 이것은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요즘 외래에는 말이 늦어 위축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종종 찾아온다.
 예전에는 ‘크면 좋아지겠지’하며 기다려 볼만한 아이인데도 요즘엔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신보다 좀 모자라고 늦은 것 같은 모습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이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며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또래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배워가는 어린 아이들에게 말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이들은 성장해가면서 자기의 나이에 맞는, 각 시기마다 요구되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을 거쳐야만 다음 단계의 발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 늦거나 이해력이 떨어져서 정상적인 발달단계를 거치지 못한 다면 그 차이는 성장하면서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언어발달장애는 소아기 발달 장애 중 가장 흔해 학령전기 아동의 5-10%정도에 이르고 남아에게 더 흔하게 보인다. 어머니들이 말이 늦는다고 병원에 오는 시기는 대체로 만 2세 정도부터이다. 언어 발달은 개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만 2세까지 50개 이상의 의미있는 단어를 말하지 못하고 두 단어를 결합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언어발달 지연으로 간주해야 한다. 언어발달의 지연을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정신지체, 발달성 언어장애, 자폐증, 청각장애, 구강안면기형 등 여러 원인이 있으므로 초기에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언어지연은 정신지체 같은 전체적인 문제의 첫 신호인 경우가 많아 반드시 인지기능도 함께 평가하여 원인을 감별해 주어야 한다. 만약 평가 결과상, 인지적인 능력의 문제가 없고 아이의 생물학적 연령(생후 몇 개월)에 비해 표현언어와 수용언어가 6개월 이상 뒤쳐지지 않는다면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 좋아진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이 상황을 중계하듯 이야기해주고 아이와 대화와 행동을 함께 하는 상호놀이를 해주고, 자녀보다 약간 말을 잘하는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해주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뒤쳐져 있다면 초기부터 적극적인 언어치료가 주 2-3회 이상 필요하다. ‘외국어는 어릴 때 배울수록 발음도 좋고 빨리 배운다’는 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국어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아이가 언어습득에 지연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빠른 시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는 것이 예후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또한 언어의 습득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부모의 여유로운 마음 또한 중요하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따라갈 수 있는 부모의 여유로움이 아이가 더 이상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학습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 청주의료원 신경정신과장 김 영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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