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의 입이 열리며 뛰어 나오는 절기로써 온갖 생물이 번성을 시작하는 의미 있는 날이다. 그런데 지난 경칩 날 반갑지 않은 폭설로 동남해안지방 특히 삼척, 포항, 울산, 부산 등에서 많은 피해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며, 작년 봄의 경칩 때 내린 폭설 피해 이재민들에게 오직 희생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던 노란 조끼 복장의 적십자 봉사원들의 활동 상황이 스크린처럼 지나간다.
 금년 폭설 때는 불행 중 다행히도 고속도로 통행이 원활이 이루어졌으나 작년에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에 갑자기 내린 많은 눈으로 모든 차량은 멈춰 섰고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으며 승객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밤중에 그분들에게 빵과 우유, 컵라면과 뜨거운 커피를 들고 언 발을 동동 구르며 한사람에게라도 더 드리려고 뛰어다니던 적십자 봉사원들. 적십자 봉사원들은 폭설 피해 또는 장마 등 피해 지역으로 달려가 진땀을 흘리며 실의에 빠져있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적십자는 언제 어디서나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듯한 정을 가지고 보듬고 위로하며 함께 잘살아 가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 탄생은 전쟁터에서 부상자들을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구호해 주는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각자의 인간을 존중하며 이념과 종교, 국적이나 민족에 구애 없이 차별 없는 인류애를 발휘하여 조건 없이 봉사하는 국제적인 기구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구한말 넓게 구제하고 사랑하라는 고종황제칙령으로 설립된 지 100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결같이 자선의사로서 궁핍했던 시절엔 양로원, 고아원, 극빈자에게 구호활동을 해 왔으며 차츰 풍수해 등 자연 재해나 화재로 졸지에 이재민이 된 가정에 식량, 담요 ,옷, 일용품을 지급하고 위로하는 긴급구호에 역점을 두어 허탈한 재해 이재민에게 가장 먼저 안정을 주는 적십자로 활동해 왔다.
 나라가 발전하고 시대의 욕구가 다양화 해감에 따라 청소년지도, 사회봉사, 보건지식보급, 한 사람의 헌혈로 한 생명을 살리는 헌혈운동, 생활의 안전을 위한 교육활동, 남북한이 인도주의에 입각한 동포애를 발휘하는 이산가족상봉 등 적십자의 활동도 다양화 해가고 있다.
 요즈음은 외국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국제적십자를 통해 쓰나미 피해 이재민을 돕는 것같은 국제적인 구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국위를 드높이는 적십자로 발전하게 되었는바 이는 모든 국민의 지속적인 성원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십자사의 활동 대부분이 국가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행정부에서 적십자 회비를 거두어 지원을 해 오다가 몇 해 전부터는 적십자 회비는 세금이 아니라 국민의 성금으로써 강제 징수가 아닌 자진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각 가정에는 4천원내지 5천원 사업자별로는 규모에 적정하게 지로용지를 발부하여 자진 납부제로 모금을 하고 있는바 참여율이 저조하여 구호나 사회봉사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월20일부터 2월말까지 집중모금 기간에 모아진 액수는 목표의 60%밖에 이루지 못하였다. 3월부터 연중 모금 체계로 납부하지 않으신 분들께 지로용지를 재발부하여 납부를 요청하고 있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에게 가장 빠르고 따뜻한 손길을 펼치는 적십자를 믿고 1년에 한번 한 가정에 5천원 사업장에서는 성의에 맞는 적십자 회비를 꼭 납부하여 노란 조끼를 입고 힘차게 봉사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적십자 봉사원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길 바란다.
 충청도의 전통은 우리민족 가운데서도 제일 정이 많고 따뜻한 기질을 자랑으로 알았는데 충북의 적십자 회비 모금 실적이 연속 3년간이나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데 대해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춥고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펴는 3천500여 봉사원과 2만여명의 RCY단원 700여명의 지도교사들이 도민들의 적극적인 성원에 힘입어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류재형 충북적십자사 사무국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