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그러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까 그만 좀 하세요!

내가 오늘 아침 고3 아들에게 들은 핀잔 섞인 투정이다. 고3 수험생을 둔 모든 부모들이 수험기간동안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며 지낸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2시가 되서야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딱하다. 도와주고 싶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 어차피 자신이 혼자서 할 일이라고 위로하고 격려하지만 고3 자녀들이 겪는 입시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 만치 저들을 짓누를 것이다. 부모님의 걱정과 격려도 저들에게는 부담스런 중압감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매일처럼 보도되는 천륜이 무너지는 소식에 언론매체를 대하기가 겁이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어머니가 딸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의 살해를 청부하는 상상할 수도 없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보험금을 노리고, 어떤 사람은 자기를 무시한다는 이유 등,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사정을 털어놓지만 이를 접하는 보통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극심한 장기불황에 따른 사회적, 개인적 스트레스를 견뎌낼 만한 가치관의 부재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갈등이 커지게 되고 가까운 사람을 상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한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성공지상주의나 물질만능주의에 취해 생활하고 있다. 살면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도외시 한 채 쉬운 방법, 편한 방법만을 추구하면서 나만 잘 되면 그만 이라는 이기심으로 갈등을 초래하거나 갈등을 더욱 크게 만들게 되고 이를 원만히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결국 스트레스가 되어 본인을 해롭게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양보와 너그러움이 내일의 나를 편안하게 하고, 오늘의 수고로움과 부지런함이 내일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 누군가가 있고 그들과 함께 양보하고 배려하고 생활하는 모습이 행복이고 진정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성공이나 물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는지 내 주변부터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이웃을 고3 자녀로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청주동부경찰서 경무계장 서 정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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