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벙어리 세상이 되어버렸다.

며칠사이에 세상이 너무나 조용해져 버렸다.

세상사 모든 정보를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제공받는 N-세대에 살고 있는 터라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누리는 혜택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인간의 간사한 욕망이 이렇듯 자로 잰 듯한 제도적인 영향으로 허무하게 무너져 버릴 때 참담한 실패감은 실로 인간적인 낭패감마저 느끼게 한다.

가뜩이나마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는 세상에 또 한번 나의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뉴스가 들려온 건 새해를 막 시작하는 1월 어느 날 아침이다.

인터넷 등과 같은 사이버공간의 관련뿐 아니라 현실적인 상황의 음악 관련 저작권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공포되었고, 2005년 1월16일부터 시행한다는 뉴스기사를 듣고 나서다.

“모든 음악은 이젠 돈 주고 들어라!”하는 메시지는 매년 연말정산에서 1년동안 떼지 않은 세금을 합쳐 걷어 갈 때 느끼는 쓰린 속내보다 더 가슴을 시리다.

하기야 우리는 너무도 공짜를 좋아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모두 수거해 가는 몰인정한 이야기인 그리스신화를 읽은 것처럼 마음이 답답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혹자는 “악법도 법이다” 라며 법은 꼭 지켜야 한다고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인터넷 세상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사라진 지금 하루아침에 회색빛 도시가 되어버린 사이버상의 컴퓨터를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동창회 카페를 만들어 아름다운 영상과 글 그리고 잔잔한 배경음악은 마흔을 훌쩍 넘긴 나에게 또 다른 공감대 장소로 나의 가슴에 훈기를 넣어주곤 했다. 그런 세상이 법이라는 하나의 규칙에 의해 하루아침에 음악이 없는 황량한 세상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얼마나 서글픈가.노래를 통해서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음악을 통해서 성난 파도 같은 격정의 순간을 잠재우는 우리는 참으로 나약한 감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감성능력이 지적인 능력보다 더 중요시 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기에 연속극의 잔잔한 음악이 깔리며 오고가는 주인공들의 대사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리라. 어느 시대든 예술가들은 있었다. 굳이 천재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들은 모든 영역에서 서로 묵시적 암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예술적 시너지를 발산하였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상이 인터넷상의 음악에 돈을 지불하고 나만 들어야 한다는 법이라면 당연히 그리하여야 하겠지만 경제적 손익을 떠나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진 못하겠다. 음악관련 저작협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터넷상에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지어 세상 사람들의 영혼을 적셔주는 작가들은 또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서로 누구에게든 지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보복성이든지 아니든지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대처방안을 또 내어 놓을 것 같아 인터넷이 두렵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대처법을 제시하는 어느 스님의 말이 생각난다. 우물을 발견하려는 목마른 사슴이기 보다 목마른 사슴이 발견한 우물이 되어 주라고!

단순한 음악을 잃어버린 상실감만이 아니어도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기성세대들을 또 한번 울게 하는 정책은 이젠 좀 지양되었으면 한다.

메마른 사막에 한가닥 희망이 있는 것은 사막 저편에 목을 적셔주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빨리 어떠한 방향으로든지 법이 재정비되어 이윤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서 사이버상의 사람들에게 영혼을 적셔 주는 음악이 흘러 다시 활기찬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나의 동창회 카페에도 좋은 음악이 흘러 다시금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충주 양성초등학교 송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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