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일어난 초반에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급속히 줄게 되어 금융시장은 경색 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서둘러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를 위해 금융 산업과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적대적 M&A에 대한 규제는 완화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9년 말 18.5%에서 '05년 1월말 42.5%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초우량기업들의 주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지분율은 50~70%대에 이르고 있다. 또한 최대주주가 갖고 있는 주식보다도 외국인 지분율이 많은 회사는 ’04년 말 현재 53개사나 된다.

외국인투자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우선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에 자금이 유입됨으로써 기업의 투자가 다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고용을 창출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들도 외국 자본이 참여하고 외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경영도 투명해 진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일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것은 외국인투자자의 거대한 자금력이나 국내금융시장의 취약성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기존 경영진이 방어할 만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된다.

먼저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국인의 지분증가를 크게 의식해 배당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이 불안해 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기업은 자본을 제공한 주주에게 경영성과를 배분하여야 한다. 또 안정적인 장기 주식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배당을 늘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가 단기적으로 평가되고 과도한 배당만 한다면 기업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우리경제의 성장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에 많은 자금을 사용한다. 경영권 방어 목적이다. 기업의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때 이러한 자금의 사용이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다. 내수 부진과 함께 기업들의 침체된 설비투자가 국내경기 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직접거래금액은 2002년에 3천500억원의 순매도였다. 그러나 SK와 소버린(Sovereign)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2003년에는 6천500억원의 순 매입을 기록했다. 또한 자기주식 보유비중도 '01년 말 3.21%에서 '04년 5월 현재 5.12%로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재투자여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적대적 M&A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어기법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적절한 기업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만 용이하게 한다면 외국투자의 국내 경제에 대한 효과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영권 경쟁시장을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의무공개매수제도, 극약처방(Poison pills), 차등의결권주, 황금주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제도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지 않는다.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보완되어야 우리국적 기업도 살고 경제는 성장된다.

전경련 전무 이 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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