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피곤하다면서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천인합일론(天人合一論)으로 설명해왔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는 이론에 따라 천지의 변화와 인체의 건강 및 질병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봄에 나른해지고 입맛이 없고 일할 의욕조차 나지 않는 등 봄을 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땅에서 봄 기운을 듬뿍 받고 자라난 제철음식으로 봄 기운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땅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듯 쭉쭉 뻗어 나가는 기운을 목(木)이라 하여 인체의 간(肝)에 배속시키고, 꽃이 활짝 피어나듯이 발산하여 퍼져 나가는 기운을 화(火)라 하여 인체의 심(心)에 배속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봄을 타는 사람, 즉 춘곤증을 느끼는 사람은 음양 가운데 양적 기운에 속하는 간과 심의 기운이 쇠약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신맛나는 음식과 심장의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쓴맛나는 음식을 먹어야 몸에 이롭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스럽게도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철에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나는 음식재료들은 대부분 쓴맛과 신맛을 띠고 있다.

▶냉이=간에 좋지만 몸의 냉기를 더할 수도 있으며 향긋하고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잎과 함께 뿌리째 먹는 냉이는 국이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봄철 미각을 돋우는 음식 중 하나이다. 냉이국은 특히 숙취에 좋다. 냉이는 약용보다는 주로 식용으로 이용한다.

▶두릅=위암예방과 머리를 맑게 해주고 쌉사래한 맛이 있어 입맛을 돋구워 주는 두릅은 독이 없으며 두릅나무의 어린 순을 따서 식용으로 한다. 두릅은 사상체질인 모두에게 좋다. 한방에서는 목두채(木頭菜)라 하여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활력이 없는 사람에게 좋다.

▶쑥=혈액순환 촉진과 냉증 치료에 좋은 쑥은 명의 별록에 ‘쑥은 백병을 구한다’고 기록될 만큼 약효가 뛰어나며 ‘본초강목’에는 ‘쑥은 속을 덥게하고, 냉한 기운을 쫓아내고, 습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취나물=두통을 다스리고 타박상에 효과가 있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요통·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 만성기관지염, 인후염 등이 있는 사람은 장복을 하면 효과적이며,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말을 많이해 목이 아플 때도 좋다.

▶씀바귀=입맛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우리가 먹는 나물 중에서 가장 쓴 나물로 통한다. 대개 쓴 식물은 염증을 내려 주고 열을 풀어주며,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달래=양기를 보강하는 ‘작은 마늘’로 불린다.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플 때 응결된 기운을 밑으로 내리고 흩어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양기를 보강하여 성욕을 왕성하게 함으로 남성에게 좋은 봄나물이다.

▶죽순=칼로리가 적고 신경통에 효험있다. 대 나무의 새순으로 중국음식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식으로도 좋은 재료이다.
/솔한의원 원장 최 재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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