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배우 이 은주씨의 자살 이후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 은주씨의 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려한 연예계 생활 뒤의 외로웠던 이 은주씨의 선택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반응들이었다. 과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일까?

자살은 인간의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자살을 하거나 시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당시에 정신과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우울하다는 감정의 문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식욕, 수면,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신체적 증상도 대부분 함께 나타난다. 이유 없이 무기력하거나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재미없어지고, 만성적인 두통이나 위장 장애 등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만 호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몇 주, 몇 달, 몇 년씩 지속되기도 하며 급기야는 죽음, 자살에 대한 생각, 자살을 시도하는 단계에 까지 이를 수 있다. 아직까지도 몸이 아프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병원을 권유하거나 함께 가지만 마음이 우울하다거나 불안하다고 하면 ‘마음이 약해서 생긴 병이다’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정작 본인도 ‘내가 이런 것을 남이 알면 안 되는데...’하며 창피하다고 생각해 알리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감기가 걸렸을 때 몸을 쉬게 하고 감기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의 경우에도 정신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는 질병으로 적극적으로 치료시 병에 걸리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요즘처럼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가고 남편의 직장이 불안하고 맞벌이로 서로가 바빠지다 보니 가족 안에서나 사회에서 서로를 지지해줄 수 있는 지지체계가 거의 없고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상실감이 커지면서 본인과 가까운 이들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깊은 우울증에 빠져 드는 경우가 많다.

일단 우울증이 의심되어 주변에서 도움을 주려 한다면 대화를 유도하여 주의 깊게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산책이나 야외 활동 등에 참석을 권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절대로 조급하게 강요하지 말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고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충동적인 청소년기의 아이들이나, 고령의 노인, 이전에 자살을 시도한 병력이 있는 경우, 우울해 하다가 오히려 갑자기 마음이 편해 보이는 경우,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자살 시도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신과적으로는 응급에 해당한다. 우울로 인해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 사고를 밝히는 경우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청주의료원 신경정신과장 김 영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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