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새로운 천년, 열린미술의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고 있는 「2000CAF 충북아트페어」는 침체된 지역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하나의 분수령이 될듯 하다. 일반인에게 「아트 페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에서 미술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트 페어」란 글자 그대로 미술 견본시장을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문화현상이나 우리나라 지역문화계에선 부산, 광주등 극히 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미술축제다. 50명의 출품작가마다 개인별 부스를 설치한 아트 페어는 우선 생산자인 작가와 소비자인 시민이한자리에서 미술세계를 교감하는 계기가 된다. 작품에 대한 이해없이는 구매력 또한 떨어지게 마련이다.

작품이 어떻게만들어지고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부터가 미술감상 교육이자 구매촉진 모티브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 세계로 접근을 위한 동기유발은 구매에 앞선 필수조건인데 이번에 청주에서 그러한 미술견본시가 「충북 아트 페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것이다. 사실 예향이라 자화자찬하는 청주에는 미술품의 생산자에 비해 소비자가 턱없이 적다. 왕성한 창작활동의 에너지는 바로 적절한 소비에서 나오는데청주의 미술품 소비층은 의외로 엷다.

마치 미술품 구입은 특수층에서나 향유하는 현상으로 치부하기 십상이다.대중문화시대에 미술 역시 특수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문화적향수권안에 포함되는 영역이다. 그동안 대다수의 시민들이 미전 관람이나 미술품 구입을 외면한 것은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관심부족과 미술교육의 부재라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의 세기엔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방안이 무엇보다 아쉽다. 전주, 광주지역에서 보듯 60만 청주시민이 업소마다 가정마다 그림 한점 걸기를 실천한다면 도시의 얼굴은 크게 밝아질 것이고 미술품의 창작활동은 엄청나가 증가될 것이다. 잠들어 있는 지역 미술시장이 아트 페어를 계기로 해서 깨어나길 바란다. 그러나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미술품 구매의 잠재력을 개발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일은 걸려야 하고 그만한 연륜이 쌓여야 할 것이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맑게한다. 예술은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현대인이 정신적으로 섭취해야할 필수 영양소다. 사회가 삭막한 원인을 곰곰히 짚어보면 의외로 예술교육의 부재나 이를 등한시하는 현상에서 찾게 된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충북 아트 페어는 온 시민의 가슴에 예술의 혼을 심는 작업이자 충북미술의 르네상스를 표방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가족과 함께 전시장 나들이로 상큼한 미술의 향기를 맡아보는것도 매우 뜻있는 일이다. 부디 충북미술 활성화의 디딤돌이자 가히 중부권 미술시장을 대표할만한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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