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50년만의 오랜 기다림끝에 3박4일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서울로 평양으로 되돌아 갔다. 50년만의 만남치고는 너무 짧았다

. 그들은 그 짧은 상봉속에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설움을 묻어두고 또 기약없는 재회를 날을 손꼽으며 살아야 한다. 그나마 선택받은 소수만이 혈육과 재회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뿐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애달픈 마음만 다독거려야 했다.

이번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50년동안 단절된 남과 북을 하나로 묶는 엄청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민족의 비극적 역사를 재확인하는 장이기도 했다. 너무 오랬만에 만나 어색하기만 부부, 재혼한 부인과 전남편의 미묘한 관계, 정신적 충격으로 몸져 누운 어머니등 이산가족의 만남은 기쁨이자 곧 슬픔이기도 하다.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피를 나눈 부모,형제가 그 오랜 세월을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은 너무 가혹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상봉으로 남과 북이 더이상 남이 아님을 확인했고 서로 힘을 합쳐 민족의 상처를 치유해야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이 이번 상봉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상봉이 남북화해와 교류확대를 위한 첫 걸음이라면 이산가족 상호방문 제도화는 남북공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제이다.

북측상봉단이 묶었던 호텔앞에서 피켓을 들고 헤어진 가족을 찾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모습이나 세월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어머니 영정앞에서 애통해 하는 비극을 하루빨리 해소시켜야 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가는 자명하다.

남북한 당국이 내달 2차 교환방문과 면회소 설치에 의견 접근을 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희망자 모두의 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상봉과 왕래가 필수적이다. 남과 북으로 떨어져 살지언정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날수 있고 소식을 전하고 싶으면 언제든 편지를 보낼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1백23만명에 달하는 이산 1세대들이 만나는데만도 수천년이 걸린다. 무엇보다 남북당국은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고려해 헤어진 혈육의 생사확인 작업을 조속히 벌여야 하고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더 늦기전에 만날수 있도록 면회소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상호방문에 이미 합의한 만큼 방문횟수나 인원을 늘리고 방문방법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비행기가 아니더라도 곧 복원되는 경의선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면 또 어떤가. 면회소도 굳이 한곳으로 정하지 말고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빨리 만날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남북한 사이에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상봉의 감격에 젖어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대결논리가 아닌 상호공존의 원칙하에서 냉철히 풀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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