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봄에, 반갑지 않은 독풀 경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그 독풀은 다름아닌 결핵이다.

50∼60년대 기승을 부렸던 결핵 공포가 2000년 새봄의 문턱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결핵은 후진국에 만연된 질병이어서 흔히「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리운다.

경제사정이 열악하고 치료약이 부족했던 50∼60년대에는 결핵이 오늘날의 암이나 당뇨에 비견될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다.
더구나 결핵은 법정 전염병으로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혼자만의 피해로 끝난게 아니었다. 일단 결핵에 감염되면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인식될 만큼 난치병을 여겼던게 불과 30여연전의 일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동아 뜸했던 결핵의 망령이 다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OECA회원국중 결핵 사망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우리의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돌연 불거진 결핵 감염실태는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으며 우리를 아연, 긴장케 하고 있는 것이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율은 10만명당 7.3명으로 선진국의 서너배나 된다.

치료를 요하는 결핵환자가 무려 43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까 1백명당 1명은 결핵 환자인 셈이다.

결핵환자가 지난 1965년 5%에서 1%고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으나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또한 재발율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와 환자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에는 암이나 당뇨 등 성인병에 대해서는 대부분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결핵에 대해선 거의 무감각하다.
환자 자신조차도 결핵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방치하는 예도 흔하다.

사람들은 결핵을 천연두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진 병으로 알기 십상인데 실상은 그게 아니다.
결핵은 없어졌다가 갑자기 재등장한 병이 아니라 그 반갑지 않은 실체가 엄존하는데에도 불구, 우리 스스로 의식속에서 소멸시킨 것이다.

결핵은 사라진 병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이다.

병마는 그 방심의 틈새를 마구 공략하고 있다.
수비자세가 안돼있으면 결국 병균의 공격에 당할 수 밖에 없다.

일본도 작년 7월에 결핵 긴급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우리나라 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도 결핵의 예방과 치료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판인데 우리는 여전히 결핵에 대한 불감증을 씻지 못하고 있다.

보건소는 물론이고 병·의원을 통한 환자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할 일이다.
결핵은 전염병인 만큼 발병에 따른 신고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정기검진을 받고 스스로의 감염여부를 면밀히 체크하는 일이다.

다행히 결핵에 대해선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되어 완치율이 매우 높다.
조기 발견하면 목숨을 잃는 일은 별로 없으나 이를 방치하면 통계에서 보았듯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결핵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환기시키고 철저한 예방과 관리로 결핵의 위협으로 부터 국민 건강을 지켜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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