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시비를 다룬 흑인영화가 자주 만들어진다.

흑인영화라면 통상 흑인감독이 흑인배우를 출연시켜 흑인인권문제를 언급하게 되지만 가끔은 백인감독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들을 놓고 보면 흑인감독과 백인감독의 피부색 만큼이나 영화를 관통하는 치열성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슬램」 등 극히 드문 사례를 제외한다면 최근 개봉한 노만 쥬이슨의 「허리케인 카터」처럼 백인으로서의 한계를 불가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은 한국영화의 여성상 묘사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여성들의 모습이 남성들에 비해 덜 주체적이고, 행동의 일관성이 없으며,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면 무엇보다도 여성감독의 존재가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한 한국영화계의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남성감독들이 아무리 왜곡되지 않은 그대로의 여성을 그리려고 해도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자」의 한계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4월 19일 창립총회를 갖게될 가칭 「여성영화인 모임」에 거는 기대는 크다.

비록 장편 작업을 하고있는 여성감독은 채 다섯 손가락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4백여명의 여성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토론한다면 영화판의 풍토 개선은 물론 한국영화의 질적향상에도 적잖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국영화계에서 「여자니까」의 거추장스런 논리가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여성영화인 모임」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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