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흐드러지는 4월이 오면 문의 대청호, 호반에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아홉 용머리」축제가 산야와 호수를 수놓는다.

올해로 5회째 맞는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가 이달말 부터 열리는 것이다.

새 천년, 영의 해를 맞아 펼치는 용머리 축제의 용틀임이 4월의 문턱서 강렬히 느껴진다.

새 천년과 용과 호수가 만나는 국제환경미술제는 새천년의 화두인 환경과 국제화를 모두 수용하고 있어 각별한 의미를 띤다.

그래서 이번 축제의 주제를 에코(Echo)로 정했다. 우리말로는 메아리요 산울림이다.

뉴 밀레니엄 축제의 첫장을 메아리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다.

메아리는 자연적인 산 울림이다. 등산객이 산 능선에서「야호」를 외치면 건너편 골짜기에서 어김없이 메아리가 대답한다. 메아리는 진실 그 자체다. 외치는 대로 대답하기 때문이다.

황무지에서는 메아리 소리가 희미하다. 벌거벗은 산에서는 메아리가 실어증에 걸려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의 민둥산이 평화의 소리를 외면하는것도 이같은 이치다. 울창한 산림에 수목사이로 울려퍼지는 인류평화의 메아리를 이번 축제에 기대해 보는 것이다.

메아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번째는 자연적 현상인 반향(反響)이다.

두번째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형이상학적인 메아리이다.

「나는 그대를 울릴 정도로 찬양하리라」세익스피어의 멕베드에 나오는 대사처럼 메아리는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구애의 목소리다.

그런데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감동의 메아리는 점차 증발하고 박제된 메마른 감정만 남아 있다.

인간의 대화속에서 감동의 공감대가 무너지며 지극히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문명의 부산물이 화석으로 남아 굳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용머리 축제는 사경을 헤메는 양심의 메아리, 진실의 메아리를 부활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마치 인간띠를 형성하듯 진실의 메아리가 이웃으로 전달되며 잠든 영혼을 깨우는 작업이다.

대청호에는 환경의 파수꾼인 용이 다시 고개를 치켜든다.

영의 귀에도 메아리는 분명히 들릴 것이며 인간의 오만과 방자함이 빚은 혼란스런 세태를 향해 경고의 포효로 대답할 것이다.

메아리는 빛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공해에 찌들어 목이 쉬어 있다.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가 메아리의 화답을 방해하고 황사 바람까지 가세하여 메아리를 산산 조각내고 있다.

부서진 메아리에서 우리는 어떠한 진실도 환경의 보전도 기대하지 못한다.

산업화가 망가뜨린 메아리를 복원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행복과 삶의 윤택도 허사에 그친다.

그것은 숫자로 치환할 수 없는 행복의 엑기스이건만 사람들은 그러한 메아리의 붕괴에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생활주변에서 사라진 메아리를 다시 초대하자.

우선 대청호에 초대하여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메아리를 맑은 물에 헹구어 내자.

그리하여 청정한 메아리가 산과 들, 그리고 대청호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이번 축제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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