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지난 5일에는 두 모습의 산행이 연출되었다.

한 모습은 나무를 심기 위한 식목행렬이었고 다른 한 모습은 산불을 끄기 위한 소방행렬이었다. 한쪽에선 나무를 심고 한쪽에선 산불을 끄는 진풍경을 빚은 것이다.

한식을 겸한 식목일에 발생한 산불을 보면 전국적으로 40여건에 달한다.
충북만 해도 10여건에 수십ha의 임야가 피해를 입었다.
청원, 보은, 음성, 괴산 등 도내 도처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십년간 공을 들여 가꾼 소나무 등 아까운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나무를 심는다해도 산불이 나면 공든 탑 무너지듯 허사에 그친다.
더구나 올 봄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등산객, 성묘객의 자그만 실수가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기 일쑤다.

평균 강우량도 예년의 절반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에 여간 애를 먹는게 아니다. 소방헬기에다 소방서, 주민까지 동원되었으나 불길은 쉽사리 잡히질 않았다.

산불에 대한 초기 진화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호미로 막을것 가래로 막는다고 산불 발생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몇날 며칠을 두고 타들어 가면서 고봉준령의 침엽수 활엽수를 통째로 집어 삼키는 예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원님 행차뒤 나팔격으로 불난뒤 부산을 떨기 일쑤요, 소방장비가 턱없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기 예사다.

일부지역에서는 여전히 쇠갈퀴 등 원시적인 소화장비에 의존하고 있다하니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산림을 제대로 보호하겠는가 말이다.

산행을 하다보면「입산금지」라든지「산불 조심」등 산불 발생을 경고하는 플래카드나 팻말들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나 슬로건이 정작 산불을 끌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산림당국은 슬로건에 그칠게 아니라 실질적인 산불 방지대책과 항구적인 진화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산불 진화를 위해 산 중턱 곳곳에 소화전까지 준비하고 있다. 우리 처지로 산중 소화전 설치는 힘에 부친다 할지라도 최소한 소방헬기의 확충, 산불 감시체제의 확립 등 산불방지및 초기진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산불 조심」을 저마다 생활화 하는 일이다.

산에서는 숫제 담배를 피지않는 등산객의 마음가짐도 있어야 할 것이다. 논뚜렁 밭뚜렁을 태울때에도 미리 방화벽을 설치한다든지 소방장비를 갖춘연후 작업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름드리 소나무, 참나무를 가꾸는데에는 적어도 20∼30년이 걸린다.

한번 폐허가 되면 재생에 또 이만큼의 사간이 소요된다.

나무는 심었다고해서 모든 작업이 끝나는게 아니다.

심는 정성 못지 않게 가꾸는 정성이 있어야 비로소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이다. 나무를 심으면서 육림과 산불조심을 늘 염두에 두는 애림정신을 생활화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