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화석처럼 굳어버린 철조망 사이로 이따금 대화의 창구가 열리더니 드디어 남북의 정상이 한자리에서 남북의 경제협력과 민족의 장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대북(對北)경제지원을 골자로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후 베이징을 오가는 남북 당국자의 접촉끝에 남측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북측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남북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이다.

7.4남북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면서 채택된 이합의서에 다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역사적인 상봉과 더불어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번 정상의 만남은 지난 94년 7월, 성사 일보직전에서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된 이후 다시 성사된 것이어서 감회가 더욱 깊다.

지금까지 남북간에 이런 저런 만남이 간헐적으로 있어왔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정상의 만남이었다.

그런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남북관계의 고착화 등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으로 차일 피일 미뤄온게 어언 반세기난 지난 것이다.

물론 민간차원에서의 교류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큰 역할을 한게 사실이나 남북 정상회담은 기존의 교류를 훨씬 웃돌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역학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했다.

4자회담이니, 북·미 수교니 하는 쟁점들이 협상테이블에 산적해 있었다.

마치 남북 당사자를 제쳐둔 듯한 논쟁들도 수없이 도마위에 올랐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문제를 남북 당사자들이 푸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뜻이 담겨져 있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가 당사자에게 있다는 사실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족의 염원인 남북 통일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느정도 가시화되리라는 기대를 저마다 가져보는 것이지만 첫 만남부터 통일이 이룩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오히려 부담감을 줄수 있다.

따라서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은 통일부가 발표한 합의문대로 7.4남북공동성명을 토대로 해서 남북협력과 민족의 화해,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시금석으로 봐야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남한의 하이테크와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한다면 관세의 장벽 또한 크게 낮아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세기를 기다려온 남북 대화의 창에 새 천년의 서광이 비추고 있다. 단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 이유로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4.13총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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