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을 마구잡이로 해치는 인명경시 풍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인간존엄성에 대한 무감각이 빚는 일련의 사건들을 볼때 세기말적 극악 범죄가 더이상 남의 나라일만은 아님을 피부로 느낄수 있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살인극들을 보면 범행동기가 원한이나 치정등 구체성을 띤게 아니라 사회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이나 돈,즉흥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난 22일 경찰에 검거된 거액 보험금 살인범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자신의 애인을 옛 직장동료에게 소개,위장결혼까지 시킨뒤 살해하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결국 애인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오직 돈때문에 인간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도덕성이나 인간 존엄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난해 6월부터 강도행각을 벌이면서 17명을 살상한 정두영사건은 더 절망적이다.

두영은 18세때인 지난 98년 불심검문중인 방범대원을 살해,12년간 복역하고 출소한뒤 곧 바로 절도죄로 붙잡혀 다시 6개월동안 복역한뒤 지난해 3월 출소했다.

이후 10개월동안 16번의 강도짓을 했고 그 과정에서 9명을 무참히 살해했지만 현장검증에서 조차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당시의 잔인했던 범행과정을 재연하는 태연함을 보여 유족들의 치를 떨게했다.

이사건도 희대의 연쇄 강도사건으로 기록될만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그동안 크고 작은 엽기적 살인범죄가 종종 있어왔다.

지난 94년에는 지존파일당이 무고한 시민 5명을 연쇄납치 살해한후 소각로까지 마련해놓고 사체를 불태운 사건이 발생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96년에는 지존파를 모방한 막가파일당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돈많은 사람들을 다 죽이고 싶다」며 단란주점 여주인을 납치 생매장 살해하는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전에서 영웅파 조직원들이 평소 선배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조직원을 살해한뒤 장기 일부를 꺼내 나눠먹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든일이 그렇지만 이같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사회가 부유한 중산층 도시에서 10대 총기난동이라는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사회도 폭력적인 비디오게임등 무분별한 폭력문화의 수입과 황금만능주의 풍조의 만연으로 가치관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물질적 풍요는 필연적으로 삶에 대한 공허감이나 소외감을 심화시키게 마련이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등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문제는 물론이고 도덕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 없이는 봇물처럼 터지는 인명경시 풍조를 막을수 없다.

이와함께 교도행정의 수형자 교화기능을 강화하고 전과 누범자에 대한 행형 강화로 흉악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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