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 날이다.

해마다 이날이 오면이런 저런 어린이 잔치가 북새통을 치른다. 유원지나 명승지는 휴일을 만끽하려는 상춘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몸살을 앓는다.

교통혼잡에다 각종 어린이 행사로 오히려 지친 모습들이다.

당초 어린이날의 제정 취지는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어린이 날은 요식행사로 넘길 성질이 아니요 더욱이 하루쯤 쉬는 날로서인식해서도 안된다. 보채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선물을 사주는 것으로 면피를 하는 날도 아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생활환경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고 정신적으로 애정의 결핍은 없는가 꼼곰히 둘러보는 성인 성찰(省察)의 날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마디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환경은 낙제점에 가깝다.

어린이를 우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도 부족하고 관련 시설도 태부족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공시설은 「어린이 놀이터」등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훼손된채 장기간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길거리를 나서보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너무도 많다.

통학로에 버젓히 불법주차해 있는 차량들, 횡단보도앞에서 일단 정지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들, 건축 공사장의 적치물, 인솔교사나 안전벨트조차 없이 운행하는 어린이 통학차량들, 비위생적인 불량식품 등 어린이의 안전을 도외시한 현상들은 일일히 열거하기 조차 힘들다.

어디 그뿐인가. 조기교육 붐과 과외 열풍속에서 아이들은 들볶이고 있다.

방과후 뛰놀새도 없이 학원 2∼3곳을 오가고 숙제를 마치면 그야말로파김치가 된다.

자기 자녀를 잘 키우기위한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나 과도한 경쟁심리속에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이 멍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아이는 어른의 축소판도 아니요 어른의 소유물도 아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나름대로의 세계가 있으며 그들만의 꿈과 이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는 어른이 목적한대로 일방적으로 교육받아야 하는 피교육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재능과 창조력을 일깨워주는 교육의 주체로서, 하나의인격체로서 인식돼야할 것이다.

무관심도 문제고 과보호도 문제다.

제발 그들을 정도이상 들볶지 말고 동심의 나래를 활짝 펴도록 동심의 광장을 넉넉하게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양지속에 있는 아이들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음지속에 놓인 아이들이양지를 지향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성인의 몫이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나 결식 아동이나 시설보호 아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므로 내 자식만 소중하게 여겨서는 안된다. 너와 내가 함께 할때 비로소 「우리」라는 사회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므로 더불어 사는 덕목을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푸른 5월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모두가 어린이 날이 되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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