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희망 한가지가 맥없이 꺽이고 보니 그저 허탈할 뿐이다.

묵은정치를 타파하고 새 정치판을 짜겠다면 3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시민선거혁명의 주역이던 장원 전 총선연대 대변인의 이중적 행동 앞에 심한 공분(公憤)과 정신적 공황을 아니 느낄 수 없다.

게다가 문용린 교육부장관,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의 룸 살롱 술판과 이선 산업연구원장의 여직원 성희롱 스캔들은 한마디로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을 그대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련의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증폭되면서 [이젠 누굴 믿고 사나]하는 신뢰성의 위기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여의도로 입성한 386세대 정치 초년생들은 이른바 젊은파를 자처했고 지난 4·13총선에서 기존의 정치권에 식상한 기성세대들도 그들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 주지 않았던가.

구태를 청산하고 새 틀을 짜겠다던 그들이 5·18비극의 현장 광주에서 낮에는 엄숙히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밤에는 룸 살롱에서 여종업원들과 술판을 벌인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낯 뜨거운 행위이다.

장원씨는 누구인가.

그는 녹색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환경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이다.

단순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환경운동을 진두 지휘해온 환경의 민간사령탑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13총선에서 총선연대 대변인을 맡으며 부패, 무능한 정치인을 겨냥해 치명타를 가했던 양심의 흑기사였다.

마치 한줄기의 청정수처럼 새인의 뇌리에 각인돼왔던 그가 10대 여대생 추행혐의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을 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배신감이 드는 것이다.

젊은 피도 환경운동가도 교육부장관과 정신문화연구원장도 술에 취해 갈길을 잃는다면 이 땅의 갑남을녀나 후세들은 무얼 배우고 인생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란 말인가.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였다 해도 지탄의대상이 될터인데 하물며 정치지도자들과 사회지도층 인사의 모순된 행동을 어떻게 해석애야 할지 모르겠다.

기껏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더니 못된 것 부터 배운 꼴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왜 골프장이나 룸 살롱에서 왜장을 치는 것일까.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난 극복에 나서고 있는데 정치 지도자들은 흥청망청거리며 국민들을 향해 이런 저런 요구를 당부하고 있으니 누가 누굴 존경하며 따르겠는가.

이번 일로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 인사를 일괄적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다.

몇몇의 잘못이 전체 물을 흐려놓고 있는 것이라고 자위하는 편이 났다.

그러나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를 생각할때 이번 일에 포함되지 않은 정치인들이 무조건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만을 할 성질은 아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다른 정치인에게 닥쳤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정치인은 그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다고 단정하겠는가.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집단적 돌팔매에 앞서 우발적 실수를 차단할 수 있는 양심적 정치풍토, 사회풍토의 조성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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