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로 흐르는 무심천에 몇해전부터 눈에 띄게 백로들이 찾아들고 있다.

풍부한 물과 인근에 울창한 숲이 없음에도 불구, 해마다 무심천에 날아온 백로들은 이젠 청주시민들의 다정한 벗이 되었다.

하얀 눈빛 도포를 걸쳐 입은 자태로 「설객(雪客)」이라는 아호까지 붙는 백로는 여름 나그네새로 분류된다.

그러나 백로는 여느 나그네새와 다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냥 나그네로 대접할 수 없는 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백로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보여왔다.

「백로가 깃들면 부자마을이 된다」.

「백로가 찾아 오는 곳은 길지다」라는 속설들이 이를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 무심천을 찾아오는 백로의 숫자가 해마다 줄고 있다.

감소의 주 원인은 환경오염 탓도 있지만 사냥터인 무심천에 풍부한 먹이감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 동래구는 매년 대대적인 새먹이 주기 행사를 열어 새들과 친숙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경남 창원시도 주남저수지 인근 밭을 임대해 철새먹이용 보리를 심는 「농지 계절임차제」를 실시하고 있다.

먹이 부족으로 서식지를 떠나는 철새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특히 세계적 두루미 도래지인 일본 이즈미시는 시에서 앞장서 새먹이를 주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는 무심천을 찾아온 나그네 백로들에게 단 한번도 먹이 주는 행사를 가져 본 적이 없다.

혹시 백로에게 선거권이 없어서 일까.

오늘도 백로들은 무심천변을 달리는 차량을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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