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 오면 산 뻐꾸기 소리가 더욱 애달프게 들린다.

동족상잔으로 헤어진 내 핏줄을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녹슨 철조망 사이로 북녘하늘이 서럽게 보이는데 들꽃들은 그 숱한 사연을 헤집고 피어나며 여름으로의 행군을 재촉한다.

철마(鐵馬)는 달리다 멈추어 섰고, 무명용사의 무덤에는 망초대가 무성하다.

두고온 산하, 북녘땅은 계절에 관계없이 반세기나 얼어붙어 있다.먹을 거리를 구하기 위해 압록강,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는 탈북자들은 다름아닌 내 형제들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법도 한데 숱한 이산가족의 아픔이나 탈북난민들의 행렬을 보면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케 된다.

근대사에서 잊혀진 전쟁이 되다시피한 6.25가 6월이 오면 선명히 각인된다. 그래서 6월은 원망과 그리움과 호국영령에 대한 충정으로 감정이 숨바꼭질을 한다.

꽃다운 청춘을 나라에 바치고 산화한 구국 선열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이 없었던들 오늘날의 풍요를 어찌 누릴 수 있겠는가.
육탄으로 적의 탱크를 막으며 이나라를 지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민초들이었다. 「서울이 함락되지 않았다」고 정치지도자들이 거짓말을 시키며 남쪽으로 피난을 갈때민초들은 방어선을 몸으로 지켰다.
어디 6.25뿐인가. 월남전에 참전하여 우리나라의 경제부흥과 목숨을 맞바꾼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맹호부대, 청룡부대, 백마부대, 이름만 들어도 베트콩이 벌벌 떨던 무적의 용사들이다. 그런데 피흘린 대가는 엉뚱하게도 「고엽제 후유증」라는 불청객이었다.

정글을 고사키 위해 미군이 뿌려놓은 맹독성 약품의 실체조차도 잘 모르고 밀림을 누비다 팔 다리가 마비되고 기형아를 낳는 불행의 대물림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남북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고 남북의 예술단이 상호방문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남한의 소떼가 판문점을 거쳐 북녘으로 향하고 금강산 관광길이 열려 지금까지 20만명의 관광객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콩 은신처인 「구치 터널」은 관광지로 변모하였으며 월남패망의 급박한 상황이 언제 있었냐는듯 호치민시에는 한국 기업과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

빛바랜 훈장만이 그날의 무훈을 말해줄뿐 흘러가는 세월은 망각의 강인양 아픔의 족적들을 덮어버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해서 선열의 공적이 퇴색되어서는 안되겠다. 임진왜란은 4백년전의 일이지만 충무공 이순신의 구국정신은 두고 두고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정부는 물론 민간인들도 선열의 업적을 음미하고 기리면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경건히 맞아야 할 것이다.

단순한 요식행사보다 보훈가족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리는 배려가 더 아쉽다.

나의 아픔을 대신한 그들이기 때문에 더이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요구되는 것이다. 빛바랜 훈장과 멍든 마음을 닦아주고 어루만저 주는 미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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