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남북정상회담이 반세기만에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수행원, 그리고 취재진이 탑승한 항공기가 북녘을 향한다. 김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을 반기는 듯 분단의 땅, 한반도 곳곳에서는 환희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7.4 남북공동성명을 기초로한 평화의 나팔소리가 백두 대간에 메아리치고 남북 기본 합의서를 토대로 한 통일의 합창이 반도 삼천리를 진동시키고 있다.

이 감격적 순간을 위해 우리는 그 얼마나 모진 세월을 참고 견디어 왔던가.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고 포연이 스쳐간 그 자리에 이름모를 들꽃들이 무수히 피고 지며 통일을 노래했어도 동강난 한반도의 허리는 디스크 환자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을 목매어 찾고 형이 아우를 그리워하고 실향민의 망향가가 그침없으나 철조망은 실어증 환자처럼 반세기나 말이 없다. 두고 온 산하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이 북받쳐 응어리진 통한이 이번 기회에 다소나마 누그러질까 하는 기대를 저마다 가져보는 것이다.

백범 김구선생은 땅위의 3.8선보다 마음의 3.8선을 걷어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른 물리적인 휴전선보다 더 큰 경계선은 바로 마음의 휴전선이다. 오천만 겨레의 가슴마다 분단의 눈금을 긋고 반세기를 살아왔으니 통일의 염원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 것이다.

남북 정산의 만남은 해후요 해원(解怨)이다. 동적간에 그 오랜세원 미워하고 총뿌리를 겨누었던 과거에 대한 증오의 청산이다.

깊은 상처가 하루 아침에 아물지는 않겠지만 진정 지난날의 앙금을 씻어내고 민족 공동체라는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남북 평화공존과 더물어 우리의 꿈인 통일이 성큼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이므로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사 소득이 시원치 않더라고 정상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독일 통일은 문화적 사회적 통합적업을 꾸준히 해온 결과였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서독 정상회담이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을 연호하는 동독주민들의 정서에서 이미 통독의 당위성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지구촌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통일 삽질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삽질에 섣불리 준공을 기대해도 안되고 삽질의 기간이 오래걸림을 탓하지도 말자. 조급성이 큰 일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라는 민족의 숙명적 조건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우선은 남북한 당국이 서로를 인정하고 이산가족의 상봉을 필두로 경제, 문화, 체육분야부터 교류의 물꼬를 트도록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평양교예단의 서울공연이 절찬리에 펼쳐지고 있다. 반세기 동안이나 아찔 아찔했던 남북관계를 말해주는 듯한다.

앞으로는 남북관계가 곡예가 아닌 탄탄대로에서 원활리 이루어지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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