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PGA투어에 황색바람이 강하게 일고 있다. 녹색의 잔디위를 강타하고 있는 황색바람은 정확히 말해서 한국 낭자군의 통쾌한 드라이버와 정교한 아이언 샷이다.

3년전 박세리가 미 LPGA챔피언십을 따낸 것을 필두로 김미현, 박지은, 장정 등 한국의 여성골퍼가 골프의 본고장을 공략하면서 연이어 그린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박세리의 고향, 공주에서는 US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벌이며 우승 트로피를 안은 불멸의 명장면이 동상으로 재현됐다. 땅콩이라는 별명을 갖고있는 김미현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 나름대로의 스윙을 개발하여 미국무대에 우뚝섰다. 그의 독특한 스윙은 골프 교과서를 바꿀 정도다.

테니스의 제왕 「비욘보리」가 톱스핀 타법을 구사할때 사람들은 비웃었으나 그는 새로 개발한 이 타법을 주무기로 해서 세계 무대를 평정했었다.

장정은 최근 로커스트힐에서 벌어진 로체스터인터내셔녈대회에서 톱텐의 문턱을 넘고 있다. 대기선수로 출전해 깜짝 쇼를 연출한 것이다. 겁없는 다윗의 돌팔매질에 덩치 큰 골리앗이 나가 떨어지는 격이다.

체구가 작다고 마음이 작은 것이 아니요, 더구나 기량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력과 하이테크에 전세계는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다.

동방에서 날아온 그린의 여삼총사는 바로 화랑과 계백의 후예요, 연개소문의 딸들이 아닌가. 중원벌과 만주벌판을 노도처럼 내닫던 기마민족의 후손이니 이미 초원의 생리에 익숙해진 천부적 유전인자와 웅혼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딸들이 미국 무대를 평정하는 사이, 남과 북은 사상 최초로 오늘 정상회담을 연다. 골프에 비유한다면 「통일 골프」가 오늘 티 오프를하는 것이다.

오늘의 통일 골프는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동질성과 화합을 다지는 평화의 몸짓인 셈이다. 우리는 통일 골프를 치는데 있어 18홀을 성급히 돌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홀인원이나 버디 행진만을 기대해서도 안될 것이다. 골퍼에게 있어 홀인원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행운이다.

골프를 치다보면 보기를 범하기 일쑤고 벙커나 러프에 빠지는 일도 흔히 있다. 박세리 선수가 유명한 것은 이같은 난관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통일의 18홀에는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반세기만의 만남이므로 어프로치 자체만으로도 큰 성공이다. 설혹 보기를 범한다 해도 실망하지 말자.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렇게 휴전선 너머로 통일의 티샷을 날리다 보면 친선경기장에 모인 이산가족들이 자연스레 만날 것이며 비무장지대는 점차 평화의 공원으로 모습을 달리할 것이다. 화합의 홀컵이 손에 잡힐듯 다가서고 있다.

평화의 공이 그 홀컵을 향해 유연히 흘러간다. 수많은 연습끝에 홀 아웃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낭자군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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