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만찬의 자리에서 북한의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남한의 대표단들에게 일일이 포도주로 잔을 채워 주며 농담을 건낸다.

좌중의 웃음이 쏟아지고, 한잔 술을 걸친뒤 남북 지도자들은 모두가 하나되어 손에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TV화면으로 생중계된 이 장면은 보기만 해도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유쾌한 놀라움과 가장 극진한 대우, 감동의 연속으로 진행된 2박3일간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김대중대통령 일행은 평양에서 가진 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마치고 15일 무사히 귀국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은 5개항에 걸친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되, 연합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이산가족_장기수의 인도적 해결과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를 균형발전 시키고, 빠른 시일내에 당국간 대화를 조속히 개최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이중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어낸 것중 가장 값진 수확의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한 남북정상이 상호 무력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합의한 것도 한반도 평화정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을 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현재로서는 광복 55주년을 기념하는 8월 15일을 전후로 이루어지는 것이 분단의 벽을 허무는 뜻도 있어 가장 유력히 거론되고 있으며, 남북한 철도가 복원되는 내년 광복절 시점도 검토되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위원장의 서울답방은 남북 최고책임자가 얼굴을 맞대고 지속적인 대화는 나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찾을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이제 한반도에는 화해와 협력, 통일에의 희망이 가시화되는 물꼬가 터진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처럼 지핀 남북간 통일에의 대장정이 일회성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문에서도 밝혔듯, 남북공동선언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남북공동선언이 한치의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남북당국자들의 실천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현재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려는 인식의 전환도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때 재일민단이 조총련에 대한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나선 것도 남북공동선언 발표에 따른 부수적 성과가 아닐수 없다.

김대통령이 만찬사에서도 밝혔듯 남과 북은 이제 그동안 쌓였던 불신을 훌훌 털어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구축해 나가야만 한다.

우리는 한 민족 한 겨레라는 공통분모에서 출발하였기에 당국자들이 최대한의 성의와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정상회담의 결실도 분명히 가시화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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