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 실시된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민적 관심을 외면한 채 맥빠진 청문회로 막을 내렸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로 대통령이 행한 인사가 정당한지를 국회가 토론 검증과정을 거쳐 임명동의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우리 헌정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이번 청문회는 이총리 서리에 대한 자질검증뿐 아니라 금명간 실시될 6명의 대법관을 비롯 앞으로 있게 될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운영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여야의원들의 봐주기식 질문과 준비부족등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자질검증보다는 국회임명동의를 앞둔 통과의례 수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3당3색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이총리 서리가 소속된 자민련은 이총리 서리 구하기에 급급했고 민주당도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차원에서 동적적인 입장에 섰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그동안 국정조사의 일환으로 열린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장황한 질문과 정치공세성 질문으로 일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이총리 서리의 당적변경, 재산형성과정의 투명성, 지난 4.13총선과정의 말바꾸기 의혹등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지만 도덕성이나 청렴성,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는데는 못미쳤다. 오히려 한정된 시간에도 불구 장황한 질문으로 이총리 서리의 답변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는 우를 범했다.

우리는 향후 고위공직자 자질검증의 시금석이 될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몇가지 제도개선이 불가피 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먼저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행 최대 12일로 되어 있는 청문회기간을 20일이상으로 늘리고 자료수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현행 10일간의 청문회 준비기간으로는 충실한 자료준비가 어려울 뿐 아니라 관련부처에서 시간부족등을 이유로 부실한 자료를 제출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제장치도 없다.

따라서 준비기간과 청문기간을 늘리고 인사 청문회법에 정부기관의 자료제출 의무에 대한 규정을 둬야한다. 또 각당의 지나친 당리당략적 접근을 막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나 시민대표들이 참고인이나 진술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한 사항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독주를 견제하고 공정한 인사권을 세우는데 목적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덕성이나 자질을 갖춘 공직자를 발탁함으로써 올바른 국정운영을 기하다는데 있다.

과거에 실시된 몇차례 청문회에서도 보았듯이 당리 당력적이거나 의원 개인의 인기영합식 청문회운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여당의 과잉방어나 야당의 무절제한 공세는 제도자체의 취지를 퇴색시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헌정사상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당초의 목적과 추지를 살려 조기에 정착될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