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호랑이에게 쫓기던 사람이 엉겹결에 피신하려고 우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무가지를 타고 한참 내려가다 보니 그 우물 바닥에는 독룡(毒龍)이 혀를 낼름거리며 올려다 본다.

다시 위를 보니 이제는 흰 쥐와 검은 쥐가 타고 내려온 나무를 갉아먹고 있다.

가히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집에서는 꿀이 떨어지고, 매달려 있는 사람은 그 꿀이 달다고 연신 빨아댄다.

금방 닥쳐올 위기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언젠가 기자가 구인사 절에서 보고 감탄했던 그림의 모습이다.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 인간들이 한순간의 쾌락을 즐기며 사는 세상살이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상징적으로 표현할수가 있을까.

조계종의 원로스님이었던 혜암스님은 이 형상을 보고 『한바탕 꿈이로구나』 라고 말했다.

과연 우리내 인생은 그처럼 덧없는, 그저 한바탕의 꿈일까.

『온세계의 고통받는 중생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오는 5월 11일은 불기 2544년 부처님이 오신 날.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자비와 지혜를 베풀고, 나눔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던 부처님의 자비롭고 숭고한 마음은 오늘에 되새겨 보아도 큰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난 24일 충북고 강당에서는 나눔의 미학을 실천한 벤처기업가들의 아름다운 장면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참석했던 이원종지사의 말처럼 그것은 예술이었고, 한편의 드라마였다.

나눔의 철학을 실천한 두 작곡가의 악보대로 한편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순간이었다.

이 학교 졸업생인 (주)한아시스템 신동주 대표(2회)와 터보테크 장흥순대표(3회)는 모교발전을 위한 기금 10억원씩을 각각 기탁했고, 그들의 뜻에 따라 도서관과 연간 1억원의 장학기금을 지급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날 이 자리에서 재학생들은 선배들의 숭고한 정신을 새삼 되새겼고, 학부모들과 교사, 그리고 동문들도 『오늘처럼 뿌듯한 적은 없었다』며 자부심과 자긍심을 한껏 만끽했다.

참석한 각급 학교장들도 거액을 선뜻 내놓는 충북고의 두별을 보며 놀라움과 함께 부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고, 이같은 분위기가 자기 학교로도 파급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이었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백년지대계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축사에 나선 이원종지사도 이같은 분위기를 읽고 학생들에게 세가지를 당부했다.

클라아크의 말을 인용하며 1)야망을 가져줄것과 2) 세계인으로 커가야 하고,3)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신선한 충격을 준 사건의 주인공들처럼 훗날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라 여겨졌다.

부를 축적한 사람은 많아도 누구나 이처럼 거액을 기탁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나보다는 우리, 소수보다는 전체를 생각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차제에 나눔의 철학을 실천한 두 동문의 나눔정신이 타학교 동문들에게도 번지고, 충북교육에도 새로운 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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