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 바람속에서 이른바 지자체의 대북사업이 급류를 타고 있다.

남북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남북 경협은 범국가적 대사일 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명제로 다가서고 있다.

중부권 최대의 공업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충북권에서도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충북도는 남북 교류협력이 가능한 경제, 농정, 보건, 환경, 행정, 문화예술 등 5개분야 14개 사업을 선정해 단계별로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북5도민 고향방문단을 구성키로 하고 혈육상봉에 대비하는가 하면 옥천 이원의 우량묘목을 북한에 공급키로 하는 등 적극적 대북사업의 전개를 충북도가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보건 산업박람회나 난계국악축제, 충주무술축제 등에 북한관계자를 초청하고 한술 더 떠 충북의 산업특성을 고려하여 평안북도, 함경북도, 황해북도 등과 전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로 보면 「말은 느려도 행동은 빠르다」는 충북의 기질과 정서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대북사업에 대해 충북도가 너무 앞서 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우려도 없지 않지만 항시 대비 태세는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대북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정확한 검증작업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일을 벌여 놓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청주상의 기업 대북진출 전략 세미나에서도 제기됐듯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해 보고 충북으로서 가장 합당한 대북사업을 선택하는 신중함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한의 하이테크와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한다면 실로 엄청난 부가가지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양측에서 미다할 이유가 없다.

사실 지구상에서 투자조건이 가장 양호한 곳은 아프리카도, 남아메리카도 아닌 바로 휴전선 너머의 북한이다. 남북의 장벽이 가로막혀 반세기를 오가지 못했으므로 공동번영의 책략을 눈앞에 두고도 실천하지 못했으니 등하불평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남북공존의 바탕엔 필히 문화적 동질감을 수반해야 한다. 남북문화교류와 더불어 괴산출신인 「임꺽정전」의 저자 벽초 홍명희에 대한 국제학술회의를 민예총과 공동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은 남북의 문화 이질감 극복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임꺽정전」은 우리나라 현대문학 대하소설의 기점이 되는 기념비적인 작품임에도 저자 홍명희의 월북으로 평가절하되고 오랜기간을 금서(禁書)로 취급돼 왔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기피증이 치유되길 바라며 그로인해 단절된 현대문학사도 복원되길 바라는 바이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홍명희 문학제에 북한 관련인사의 초청이 성사될 경우 폐허로 변한 괴산 동부리의 벽초 생가처리 문제다.

벽초의 생가 복원은 동질성 회복의 한 전제조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