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청주 흥덕사지 고인쇄박물관이 새 단장을 하였다.

80년도 후반에 지은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협소한데다 세계 인쇄문화의 메카로서 면목이 부실하다는 판단에따라 청주시가 지난 96년, 문화재관리국의 허가를 얻은 끝에 1백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고인쇄박물관을 증축하고 면모를 일신한 것이다.

새로지은 건축물과 디스플레이를 초현대 감각에 맞게 바꾼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변신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면서 엄청나게 변한 박물관의 모습에 약간은 놀라는 모습들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박물관을 증축하면서 전시품목을 대폭 확충했고 시설전체의 전시방법과 운영체제를 일신했기 때문이다. 고인쇄박물관의 변화는 출입구부터 감지된다.

우선 박물관을 들어서면 매직기법으로 흥덕사지와 직지의 어제 오늘을 움직이는 동영상과 함께 육성으로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직지의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밀랍인형도 종전의 돌장승처럼 묵묵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움직일때마다 발걸음에 맞춰 작동하며 말을 하는, 이른바 「디오라마」기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박물관안에는 작은 도서실을 마련해 조서왕조실록 등을 비치해놓고 있으며 「직지 홈페이지」를 구축한 인터넷이 가동되고 있어 누구나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하엔 3백석 규모의 세미나실도 마련했다. 세미나는 물론 국제회의도 가능한 시설이다.

5개국어로의 동시통역 시설을 갖추었고 영상물 상영도 가능케 했다. 냉난방시설과 엘리베이터 등 부대시설의 완비는 물론, 직지와 흥덕사지를캐릭터로 하는 상품 등을 취급하는 쇼핑코너도 들어섰다. 관람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첫번째 아쉬움은 「세계 인쇄문화의 메카」라는 둥 찬란한 수식어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박물관의 운영형태가 여전히 시 사업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박물관으로 등록은 돼 있으나 국립박물관이 아닌 까닭에 흥덕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진품은 명암동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진열하고 정작 터줏대감인고인쇄박물관에서는 모조품을 진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인쇄문화의 메카에 걸맞는 운영시스팀을 부득이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하나 어려운 것은 박물관의 증축으로 인해서 시설은 거의 배가 늘었는데 관리 인력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다.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에는 학예직과 정규직및 일용직을 포함하여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시사업소내에는 이보다 인원이 많은 곳도 여러 곳이다.

청주시에서 많은 시사업소가 있지만 그 중요성으로 볼때 흥덕사지 고인쇄박물관이 우선돼야 할것이고 따라서 인원배치도 이를 십분 고려해야 마땅하다. 현재의 인력으로는 하드웨어의 단순한 관리만도 벅차다. 관객유치및 연구활동을 독려하는 방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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