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보다 여러모로 문화환경이 열악한 청원군에서 청주목 동헌인 청녕각(淸寧閣)을 보존하자는 문화운동이 일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신선한 문화 충격이다.

청주목동헌 대책위가 주축이 되어 벌이고 있는 문화재 보존운동은 지방화시대, 민주화 시대에 편승한 그 흔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우리고장의 소중한 문화재를 잘 보존하여 자손만대에 물려주자는 순수 군민운동이라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일이다.

동헌 보존운동은 무슨 정치색이 있는 것도 아니요 더구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청주·청원 역사의 표석(標石)인 청주목 동헌을 위해 현 청사를 딴 곳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청주시민회가 80년대 후반에 청주 유일의 국보인 용두사지철당간 보호운동을 벌여 인근을 정화한 것과 비견되는 문화운동이다. 청주시에서 펼쳐야할 청주목 보존운동을 청원군에서 앞장서고 있으니 일면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청원군 청사에 가려 통풍, 채광이 안되는 통에 기와가 내려앉고 서까래가 썩어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대책위측의 입장이다.그리하여 적당한 자리만 있으면 노른자위 땅을 포기하고 청사를 이전하겠다는데 청주시나 충북도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청주시는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보는데 그게말처럼 쉽지 않다. 지역발전의 촉진을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청주·청원의통합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고 지역간에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청원군민이 청주·청원의 통합을 찬성치 않고 있는데 어느 세월에 지자체의 통합으로 청주목 동헌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일까. 지금청녕각은 한시가 급하다. 석조 건물이라면 어느정도 여유가 있겠으나 목조건물인 까닭에 나날이 부식되어 어느날 갑자기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누란의위기에 처해 있다.

충북도 또한 방관할 처지가 아니다. 지방문화재를 지정, 해제하고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충북도의 몫이기 때문이다. 충북도청의 전신인 관찰부가 충주에서 청주로 옮겨와 20여년 집무를 하던 곳도 이 일대이니 충북도청과도 인연이 있는 건물이다.

따라서 청녕각 문제는 충북도∼청주∼청원간의 부지 빅딜 등으로 보존의 단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소유자가 청원군이라고 해서 몸달것 없다는 식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청주동헌 보존은 제2의 철당간 보존운동이라 볼 수 있는 청원군민의 문화운동이다. 청주·청원 역사의 산 증인을 위해 충북도·청주시·청원군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일이다.

엊그제 열린 공청회에는 청원군 관내 38개단체 임원과 청주시민 등 3백여명이 참석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공청회 열기다. 특정집단의 이익을챙기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내고장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자는 모임이어서더욱 신선감을 주는 것이다.
부디 청주목 관아 공원이라는 명소가 탄생하여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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