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자체의 부 단체장은 그 역할과 위상이 매우 어정쩡하다. 통상적으로 부 단체장은 단체장을 보필하여 시·군정을 펴나가고 있으나 단체장이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길 경우 껍데기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엄밀히 따지면 행정경험에 있어서는 부 단체장이 단체장을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단체장을 하다가 또다시 단체장에 선출되는 경우는 예외이지만 행정경험이 없던 사람이 단체장으로 뽑힐 경우 이를 보좌하고 행정의 누수를 막아줄 당사자는 바로 부 단체장이다.

단체장이 재선되는 경우도 있으나 1회적 선출직으로 끝날 경우 차기 단체장과 업무의 연속성이 두절되기 마련이다. 단체장이 바뀔 경우 전임자의중점사업을 대개는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때 부 단체장은 그 업무의 공백을 이어줄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임명직인 부 단체장은 누구보다도 소속 지자체의 이모저모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부 단체장의 역할론이 증대돼야 지자체의 운영이 보다 원활해지고 탄력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 운영에서 보면 부 단체장의 영향력 증대를 단체장의 입장에선 그렇게 달가워 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부 단체장의 전결권을 백안시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단체장의 유고시에는 부 단체장의 처신이 더욱 어렵다. 청원군의 경우에서 보듯 부 단체장이 단체장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나 처신과 수위조절에상당히 애를 먹는것 같다.

적극적으로 나서자니 오버액션을 하는 것 같고 소극적으로 자리보전을 하자니 소신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안은 산적하고 있는데 어떤 위치와 소신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하느냐 실로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중국 등은 지자체를 운영함에 있어 부 단체장을 중심으로 하여 추진한다. 단체장은 대외적으로 지자체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실무는 부 단체장이 챙기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외치는 단체장이, 내치는 부단체장이 맡는 업무의 조화속에서 지자체의 발전을 도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대학총장도 그렇다. 대학총장은 학자라기보다 학사행정 전문가의입장으로서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학내 실무는 여러명의 부총장이 나누어 맡고 총장은 대외적으로 장학금 유치등 로비스트로의 역할을 증대시킨다.

우리나라처럼 학사행정에서부터 국제교류, 기자재확충, 면학풍토 조성 등학내의 면면을 총괄하는 정점에 총장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토대가 구축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뒷바라지를 하는데 힘을 쓴다.

행정의 시스템은 바뀌고 있는데 구성원의 의식구조는 변화를 싫어하는 것같다. 단체장이 일정부분의 권한을 부 단체장에게 떼어준다해도 대외적인 대표성에는 아무런 흠집이 없다.

따지고 보면 단체장은 임기를 채우면 떠나는 자요, 부 단체장은 남아 있는 자가 아닌가.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부 단체장에게 어느정도 무게를 실어주는 책임공무원제의 확립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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