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내일로 다가왔다. 마침 일요일까지 끼어서 어제부터 황금의추석연휴가 시작되고 있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는 귀향객의 마음은 언제나 설렌다.

올 추석은 새 천년 들어 맞이하는 첫 추석이다. 게다가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의 추석 공감대가 확산돼 가는 추세다. 한가위 보름달은 공평하다. 남한에도, 북한에도, 부자나 가난한 자에게도 똑같이 찾아든다.

그러나 보름달을 처다보는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지역과 지역의 보름달이 달리 보이고 두둑한 상여금을 주는 호황 업체와 체불업체의 추석 체감지수가 다르다.
특히나 늦장마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과 지각 태풍에 농작물과 낙과 피해를 많이 입은 해당 농가에서는 추석이 야속하기만 하다. 물난리속이지만 조상 차례는 지내야겠고 제수품 가격은 껑충 뛰고 있다.

오비이락격으로 휘발유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ℓ당 1천5백원대라니 고향길이 더욱 멀어지고 고단하게 느껴진다. 하필이면 오일쇼크가 민족의 명절에 찾아드는 것일까.

서울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그 지겹던 IMF의 터널도 얼추 지났고경기회복의 조짐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이제 IMF의 시작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일시적 현상이겠으나 충북의 경우 실업자가 늘고 한때 농촌으로 U턴했던귀농자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있다. 충북의 경제력은 전국대비 2∼3%를 오르내린다. 그나마 추석을 앞두고 이 지역 서민 경제의 보루격인 신충은금고마저 좌초했다.

한마디로 서울과 지역간의 경제 편차가 너무 심하다. 우리나라 경제력의70%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를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얘기만 있지실제로는 장 그턱이다.

비록 매연과 차량 배기가스에 절어 있지만 서울의 달은 그래도 둥글다.청풍명월에 뜨는 달이 더욱 밝고 둥글어야 할텐데 그렇치 못한다. 산업화정보화및 지역 편차속에 뜨는 달의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우주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밝지 못하고 둥글지 못한 것이다. 부도의 직격탄이 달의 둥근모습을 일그러뜨려 놓은 것이다.

한가위는 모름지기 민족 모두가 공유해야할 축제의 장인데 왜 이다지도 저마다 맞는 감회가 다른 것일까. 그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아지는 것이지만 아마도 중산층의 허리가 가늘어지는데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경제면으로 따질때 상위계층 20%의 소득이 하위계층 20%보다 무려 5배의 소득을 올리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속에서 어찌 명절의 축제 감정을 온 민족이 공유할 수 있겠는가.

백결선생은 방아타령으로 청빈낙도(淸貧樂道)를 추구하였지만 우리는 백결선생처럼 정신적으로도 풍요롭지 못하다. 명절때면 상당수 지도층 인사들이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체면치례를 한다. 동정적 시각에서 보는 시혜자와 수혜자의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복지제도 차원에서 풍성한 추석을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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