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동안 동강난 한반도의 허리 일부분이 다시 이어지는 역사적 경의선 복원 기공식이 어제 있었다. 마침 이날은 101주년 되는 한국 철도의 날이어서 감회가 더욱 깊다.

노량진에서 인천간에 철도가 운행되던 날로부터 1세기가 지난 날이다.경인선에 이어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등이 한반도를 X축으로 연결하며 백두대간 곳곳에서 기적을 울렸는데 6·25동란이 일어나면서 그 기적은 피난민의 통곡으로 변했었다.

한반도의 철도는 참으로 사연도 많다. 겉으로는 근대화를 내세웠지만 일제의 본심은 한반도 수탈과 대륙침략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은 일제의 군수물자 수송이 주목적이었다.

과거 역사에서 보듯 전쟁과 철도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태평양 전쟁후 포연과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이 철도는 6·25당시 서로간에 공격 목표였고 피난민을 실은 망향 천리길로 돌변했다.

휴전이 되면서 남북을 잇는 철도는 자동적으로 끊기고 철마는 멈추어 섰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표지판이 우뚝 서 있는 철도 분단점에서실향민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통일을 염원했던가.

그 표지판과 휴전선에서 반세기동안 잠들어 있는 녹슨 철마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양 숱한 계절의 변화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오랜 세월, 실어증에 걸려있던 철마가 이제 다시 말을 하며 기적(汽笛)을 내는 기적(奇蹟)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엄밀한 의미에서 서울∼신의주간 경의선의 복원은 전체적인 복원이 아니라 끊겨진 일부구간의 복구작업이다. 남쪽 구간 12㎞, 북쪽 구간 8㎞등 이를 합쳐 20㎞만 연결하면 옛날의 그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어제 첫삽을 뜬 복구 공사에는 총 5백47억원의 예산과 연인원 11만명이 투입되어 내년 이때쯤 완공을 본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된다면 단동을 거쳐 중국대륙을 횡단하여 유럽으로 가는 길이 트이기 때문에 많은사람들은 이를 「철의 실크로드」라고 부른다.

경의선을 이용할 경우 남한은 운송비용을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는 경제적 효과를 얻게되며 북한은 북한대로 통과 물량에 대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이와같은 조치는 6·15남북공동선언의 맥락에서 해석되는 것으로 남북 평화공존과 경제협력이라는 공동번영의 원칙에 잘 부합되는 일이다.

경의선과 더불어 경원선의 복구도 꽤 절실한 과제다. 경원선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결되고 여기에서는 소위 이르크츠크와 노보시빌스크를 경유하는 시베리아 철도로 모스크바에 이르게 된다.

1930년대, 이 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살던 한인들이 구 소련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중앙아시아로 향하던 한맺힌 길이다.그통한의 길이 번영의 길로 바뀌는 역사의 변혁기를 우리는 맞고 있다.

태평양 시대에 극동의 물류중심기지를 꿈꿔 오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석처럼 굳었던 남북의 마음이 다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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