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부는 산들바람이 독서하기에 제격이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니, 등화가친의 계절이니 하면서 예로부터 책읽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데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급박하여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책을 놓고 있는듯 하다.
일찌기 안중근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힌다」고 했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하루라도 컴퓨터를 만지지 않으면 손에서 가시가 돋힐 정도다.

그만큼 책이 차지했던 지식의 영역 상당부분을 문명의 총아라고 일컫는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세상이다. 수천권의 책을 CD 몇장이면 검색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키보드만 누르면 얻을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도서관이나 책방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적지않게 생긴다.

그러나 컴퓨터에선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는 있어도 책만이 갖는정감과 사색의 기능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책장 한장 한장을 넘기며 정독하고 사색하는 기능을 어찌 모니터가 대신할 수 있을까.
책에는 책만이 갖는 특성과 장점이 많다. 지식의 전달과 사색의 기능이컴퓨터를 훨씬 능가한다. 만약 고전이나 베스트 셀러를 컴퓨터를 통해 후딱 읽어버린다면 속도는 빠를지 모르나 머리속에 저장하고 명구를 음미하는작용은 책만 못하다.

양주동 박사는 「서중(書中)에 자유천종록(自由千鍾祿)」이라 설파했으며 몽테뉴는 「독서하는 것과 같이 영속적인 쾌락은 또 없다」라고 언급했다. 독서는 두말할것도 없이 동서고금의 지식을 얻는 생산적 행위이며 책을통해 작가와 대화하는 지적 부가가치를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라는 가난한 선비는 등불을 켤 수 없어 반딧불과 눈(雪)에다가 책을 비추어 글을 읽었다는 고사가 진서(晋書)에 등장하며 공자는 주역을 읽다가 책끈이 세번이나 끊어졌다고 한다.

특히나 청소년기에 있어서의 독서는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때 읽은 명저들의 글귀는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뇌리속에 뚜렷히 남아 있으며 더러는 인생의 행로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톨스토이의 「부활」속에서 인도주의를 감지하고 세익스피어의 문학속에서 꿈을 키워나간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책은 전원이 필요없는 컴퓨터」라고했다. 책 한권만 들고 가을 벤치에 앉으면 세상이 부럽지 않다.

세간에 쌓아 놓은 재물은 없어질 우려가 있으나 머리속의 지식은 없어지거나 도둑맞을 일이 없다. 당장은 물신주의(物神主義)앞에서 맥을 추지 못할 것 같아도 마음의 양식은 그 이상 소중한 것이며 영원히 사라지지않는 정신세계의 보고(寶庫)다.

독서의 달인 9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기간중 많은 학교, 단체에서는 독후감 모집 등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올림픽 등 큰 행사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듯 하다.
독서는 독서의 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일년내내 책읽기를 생활화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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