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의 젊은이들이 빛바랜 이력서를 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은 정녕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내려앉아 일자리 창출은 커녕 기존 인력마저 더 감축해야 할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에 실업자수는 1백만명을 넘고, 모기업에서 신입사원 6백명을 모집하는데 4만명이 몰렸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잘 산다」는 말이다.

나라 전체를 곤궁으로 몰아넣은 대우사태의 당사자인 김우중 전 대우그릅 회장은 프랑스 최고의 휴양도시 니스의 호화저택에서 우아한 생활을 즐기고, 한보철강의 정태수 회장 역시 러시아 유전에 투자한 유가증권 수백억원을 빼돌려, 현재 귀족처럼 살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건설과 삼미 등 줄줄이 파산한 기업들이 우리의 젊은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빈털털이가 됐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수백만의 실직자가 생기고 선량한 가장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길을 택하고 있지만 책임자가 없는 작금의 현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한 미화원이 가로수 은행나무를 뿌리채 흔들어 낙엽을 털어내는 것처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넉넉함이 없이 점점 각박해져가는 삶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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