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달력도 이제 한장을 남겨두고 있다. 연말로 치닫으며 사회복지시설에 몰아치는 찬바람은 새 천년도 어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기업체 구조조정및 경기한파가 불우이웃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때때로 찾아들던 온정의 손길이 뚝 끊기고 있다. 내 사정이 어렵다보니 이웃을 돌볼 겨를이 없다는 표정들이다.
고아원및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겨울나기가 한 걱정이다. 지자체예산지원은 쥐꼬리인데 부족분을 아쉬운대로 메워주던 온정의 행렬이 자취를감추었기 때문이다.

도에서 지원해주는 예산가지고는 턱도 없다. 성인을 기준하여 식비와 부식비가 하루에 1인당 평균 2천6백원과 1천5백60원에 머물고 있다. 하루 식비와 부식비를 합치면 4천1백60원이나 세끼로 나누면 1천3백90원 꼴이다.
요즘 점심 한끼 먹으려면 최하 3∼4천원은 든다. 한끼 1천3백90원꼴이라면 자장면 한그릇도 먹기 어렵다. 따라서 당국의 지원만으로는 노인의 영양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더우기 한창 자라나는 아동의 영양식단을 도저히 꾸밀 수 없는 처지다.
연료비 지원은 1인당 하루 90원이고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간 월동비는 1회, 1인당 1만6천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정도 지원으로는 겨울 삭풍을 막아내기가 힘에 부친다.

그런데 사회복지시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날로 늘고 있다. 수용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수용자는 늘고 있으니 실로 고민스러운 일이다. 제2의 경제위기를 맞아 가정파탄으로 인해 영아원 등으로 보내지는 아이들과 양로원을 찾는 노인들이 증가추세에 있다.
지자체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감안하면 복지시설에 대한 예산만 증액할 수도 없는 처지다. 지금까지 복지시설에 대한 부족분은 대개 독지가의 손길이나 불우이웃돕기 차원에서 보충해왔던게 하나의 관례였으나 그같은 미덕마저 경제난속에 점차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불우이웃에 대한 배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온 일이다. 서양에서는이를 제도화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완벽하게 제도화하지 못하고 상당부분을「상부상조」라는 전통적 향약정신에 의지하고 있다.
토니 블레이어 영국수상의 이론적 스승인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이라는 주제를 통해 새로운 인간의 길, 즉 복지국가 구현의 길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영국의 사회보장제도와 일맥 상통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같은 제3의 길이 제시되어야 하나 경제난과 각박해져가는 세태속때문인지 착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더없이 원망스런 계절이다. 그 흔한 생색내기용 불우이웃돕기마저 시들해저가는 추세이니 말이다. 늙기도 서럽거늘 썰렁한 방에서 그 길고긴 겨울밤을 어이 보낸단 말인가.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전통의 미덕을 되살려보자. 불우이웃 또한 함께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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