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군의회 본회의장의 의원굛집행부석을 선진국형 모델인 원탁형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우리 지방의회에 뿌리깊이 박힌 권위주의적 행태를 타파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진천군의회는 지난달 30일 의원석과 집행부석이 따로 구분돼 있는 국회를 모방한 형태의 본회의장을 의회의원과 집행부가 마주보고 앉아 토론 할 수 있는 원탁형을 꾸미기로 했다는 것이다. 군의회는 또 단상에 설치돼 있는 의장석도 없애고 다른 의원들과 같은 좌석에 배치하기로 하고 , 내년초 본회의장 개조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군의회가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실시한 해외연수에서 체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 시의회의 회의장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권위주의를 벗고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의회가 부활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의회운영의 비효율성과 비민주성,권위주의적인 행태가 심심찮게 도마위에 올랐었다.
 지방의회 출범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사를 신축하거나 자치단체의 실정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일부 사무실은 제대로 이용조차 하지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더구나 본회의장은 중앙 정치무대를 흉내를 내 높은 단상에 권위의 상징인 의장석을 만들어 놓고 의원들과 집행부 간부들이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경우가 다반사 이다. 또 의원들이 툭하면 의회경시를 들먹이며 지나치게 의전이나 대접에 민감해 심심찮게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하는 것으로 형식보다는 주민의 삶의 질이나 지역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의원들은 고압적이고 생색내기식 의정활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집행부는 의회경시라는 의원들의 추궁이 무서워 회기때마다 만사제쳐 놓고 의회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최근 일부 자치단체에서 빚어지고 있는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의회활동감시를 둘러싼 마찰이나 기초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이 권위만을 내세운채 이권개입이나 청탁, 수준이하의 의정활동을 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진천군의회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본회의장의 규모나 형태가 바뀌기 때문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잔재를 벗어 던지고자 하는 의원들의 의식전환 노력이 궁극적으로 지방의회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지방자치의 뿌리가 깊은 유럽등 자치 선진국일수록 우리같이 화려하고 웅장한 지방의회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낡고 좁은 공간이지만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의회나 의원들의 권위는 외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이나 주민을 위한 성실한 의정활동의 결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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