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망년회」「만빵 망년회」「불우이웃돕기망년회(자원봉사 망년회)」「찜질방 망년회」「가족사랑편지 망년회」「호화판 망년회」.
 2000년 연말을 마감하며 달라져 가고 있는 망년회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올해는 참으로 어려운 한 해였다. IMF를 극복했는가 싶더니 다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고통스러웠던 한 해였다.
 내년에도 경제가 나아질것 같지는 않지만 올해 보다는 고통이 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결국 한해를 보내면서 망년회라는것도 지난날의 반성과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망년회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꽤 많다.
 망년회(忘年會)란 말 글대로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고 또 고마움을 나누자는 뜻으로 갖는 모임인데 그 취지와 달리 망년모임 그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듯 하다.

 IMF사태를 거치면서 빈부의 격차가 더 벌어져 극히 일부라고는 하지만 하루 저녁에 수백만원씩을 들여 호텔이나 룸살롱에서 초호화판 망년회가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기업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과 근로자들은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망년회를 접어두거나 조촐히 치르고 있다.
 그나마 동창회나 모임등에서 하는 망년회도 저녁이 아닌 점심으로 대신하는 「점심 망년회」풍속이 등장하고 단돈 만원으로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두잔을 곁들이는 일명 「만빵 망년회」가 유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망년회 식사비용을 절약해 불우시설에 성금을 전달하거나 또는 김장등을 담가주는 「자원봉사 망년회」가 등장하고있어 훈훈한 인정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한해를 보내면서 갖는 망년회 형태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경제한파에다 사회구조가 다변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년회를 거창하게 치렀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망년회의 규모보다는 그 안에 담긴 송구영신의 뜻이 더욱 중요하다. 오히려 지난날 보다 새해계획에 더 비중을 두어야 의미가 있다.
 경제사정을 생각해서라도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식의 망년회라면 안하는 편이 낫다. 우스갯 소리로 망년회하다 망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망년회조차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경제한파에다 온정의 손길이 끊겨 추운 겨울을 나는 불우이웃을 생각해서라도 분에 넘친 망년모임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망년회를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망년회의 틀을 깨는 신(新)망년회 풍속도는 바로 시대상의 반영이다..
 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넘쳐나고 노숙자들이 밤새 떨고 있는 가운데에도, 호화판 망년회의 흥청거림속에서도 2001년 새해는 다가오고 있다.
 모두가 어렵지만 조금씩 양보하여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세모가 됐으면 좋겠다. 사회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이란 함께하면 그 짐이 작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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