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에 대한 우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근면의 덕목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한 여름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고 놀던 베짱이는 눈 덮힌 겨울이 오자 먹을 거리를 찾아 개미의 집을 찾아 통사정을 하다 망신을 당하고 지난날의 게으름을 깨우친다는 교훈적 이야기다.
 이 우화에서 보듯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일한 사람이 잘 살고 대접받는 사회풍토가 되어야 마땅한데 경제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시장의 논리는 그게 아니다.

 세금 또박 또박 내고 딴전피우지 않고 열심히 사는 개미들은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교과서에서와는 달리 엄동설한에 떨고 있으며 슬슬 놀다가 한탕 건진 베짱이들은 싯가 1백만원이 넘는 발렌타인을 마시고 5천만원짜리 코트를 입고 한끼에 20만원짜리 식사를 예사로 하며 호사스런 겨울을 나고 있다.
 시대에 따라 교과서도 바뀌는 것일까. 아니면 개미들이 하지말아야 할 금기의 영역을 침범하며 탐욕을 부린 까닭일까.

 탐욕이라고 해봐야 남편몰래 반찬값이라도 보탤까해서 나선 길인데 엉뚱하게도 쌈짓돈 홀딱 날리고 자책과 더불어 믿지못할 세상인심을 탓하며 객장바닥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식투자의 기본도 제대로 모른채 뛰어든 마당이니 후한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언약을 밥먹듯 뒤집는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개미군단의 파산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본전 건저보려고 빚을 내어 투자를 했다 또 날리고, 빚은 빚대로 늘고, 이런 악순환 속에 개미군단의 설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 한해 증권시장에서 개미군단이 가장 손해를 많이 보았다. 증시침체와 경기불황으로 기관투자자와 큰손의 손해도 많았지만 개미군단의 손해에 비할바가 아니다.
 한햇동안 개미군단은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에서 무려 77조원을 날렸다. 우리나라 1년 예산 1백조여원에비하면 거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같이 손에 본 처지에 누가 누굴 원망할까마는 엄밀히 따져본다면 10억원을 가진 사람이 3억원을 날린 것 하고 1천만원 투자가가 3백만원을 잃은 것 하고는 체감지수가 크게 다르다.

 손해볼 짓을 누가 하랬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만약에 증시에서 개미군단이 전면 철수한다면장이 설 수 있다고 보겠는가.
 따라서 당국은 증시 활성화 대책과 더불어 개미군단의 투자가에 대한 어떤 배려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구조조정의 한파속에서 가뜩이나 움추러 들고 있는 판인데 부지런한 개미의 근면성마저 실종된다면 증시의 버팀목 하나가 기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증시에서 쌈짓돈을 날린 것 보다도 더 위험한 것은 바로 근면성과 도덕성을 함께 잃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평생 뼈빠지게 일해서 벌은 퇴직금을 하루아침에 몽땅 날리는 예가 부지기수고 남편몰래 투자했다가 가산탕진하고 가정파탄까지 예사로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되면 사회의 가치관이나 도덕적 잣대에도 큰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책을모색해 봐야 할 일이다. 개미군단 자신도 이른바 「묻지마」투자를 지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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