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의 첫 해가 저물어 간다. 새 천년이다 뉴 밀레니엄이다 해서 법석을 떨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첫 해를 마감하는 제야의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해마다 계절의 끄트머리에 서면 만감이 교차한다. 기뻤던 일, 고통스러웠던 일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고 괴로웠던 일은 잊어버리자고 다짐을 해보지만 뇌세포구조의 반응은 정반대로 치닫기 일쑤다.

 영광은 순간에 머물고 상처는 오래도록 덧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는 단순히 잃어버린 시간이거나 지나간 시간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속에 존재하며 미래의 초침을 작동하는 경험의 집합체다.
 따라서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며 진로를 제시해 주는 나침판이다. 자동차로 치면 운전자는 과거라는 백밀러를 들여다 보며 진행방향을 결정한다.

 지난 한햇동안 백밀러에 비친 지구촌의 모습은 천태만상이었다. 기쁨과 슬픔의 짝짓기, 상승과 하강의 널뛰기, 진실과 허울의 가면 무도회가 스펙트럼처럼 거울에 반사된다.
 반세기만에 남북 분단의 벽이 무너지면서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필두로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사상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4굛13총선에서 보여준 시민단체의 이른바 낙천굛낙선운동은 새 정치판 짜기의 지렛대로 작용했으며 21세기, 시민시대를 예고했다.

 잡다한 인간사는 희비쌍곡선으로 얼룩지기 마련이다.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신음했고 선거사범 편파수사 시비와 검찰 수뇌부 탄핵공방으로 국회는 시끌벅적했고 연말에 연이어 터진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는 벤처기업의 도덕성 해이와 고질적 금융비리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지구촌은 격동했고 주식시장은 추락했다. 법정으로 비화된 미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후보인 부시의 손을 들어 주었고 러시아에서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만은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고 페루의 후지모리 등 독재정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신의 영역으로 치부돼오던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는가 하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은 재연되어 수많은사상자를 내었다.

 충북도내에서는 지방의원 수뢰파문및 청원군수의 구속사태가 빚어졌는가 하면 교육계의 일부 수장들이 구설수에 올라 신뢰감에 상처를 입었고 신용금고의 파산 통합으로 지역경제가 출렁거렸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직지 오페라」의 공연이나 경부역전 마라톤 3연패는 충북 문화체육의 잠재력을 한껏 보여준 낭보였다.
 이제 이런 저런 일들을 묻어두고 새 천년의 첫해는 꼬리를 감추고 있다. 설레고 아픈 일들이 작위적으로 기억되고 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강물은 세파를 덮치며 경진년 언덕을 지나 신사년 여울로 흘러 들고 있다.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21세기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내년에는 상서로운 희망의 빛이 가득하도록 빌고 또 노력해보자. 21세기엔 우선 미움부터 훌훌 털어버리자. 사랑의 씨를 심고 가꾸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답고 보람찬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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